한화전서 48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대기록
아내, 다음 주 미국에서 둘째 출산…"직접 못 보지만, 우승해서 좋은 선물 가져갈 것"
꾸준함의 대명사 켈리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신기록, 큰 영광"
2019년 LG 트윈스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2)는 기복이 없는 선수로 유명하다.

화려한 피칭을 펼치진 않지만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발판으로 매 경기 자기 몫을 해낸다.

그는 3시즌 동안 선발 등판한 78경기 중 75경기에서 조기 강판하지 않고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도 그랬다.

켈리는 6이닝 5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1실점의 기록으로 8-1 승리를 이끌며 시즌 9승(5패)째를 거뒀다.

켈리는 이날 승리로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해 5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부터 48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기록을 세우며 양현종(현 텍사스 레인저스)이 갖고 있던 기존 기록(47경기)을 깼다.

경기 후 만난 켈리는 "기록을 의식하고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며 "꾸준하게 잘 던져야 세우는 기록인 만큼 나 자신이 참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켈리는 헌신적인 선수로도 유명하다.

자신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시즌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의 우수한 성적을 냈는데도 오히려 보장금액이 삭감된 계약 조건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L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시즌 많은 관중을 모으지 못해 재정 상태가 악화했는데, 켈리는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총액이 10만 달러 줄어든 14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켈리의 아내는 곧 미국에서 둘째를 낳을 예정인데, 켈리는 한국에 남아 자기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켈리는 "오는 14일 아내가 아들을 낳는다"며 "출산을 직접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팀을 위해 출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아내에게 금귀걸이를 선물하겠다"고 덧붙였다.

'혹시 아내에게 출산 선물로 롤렉스 시계를 선물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 박장대소하며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LG 구단은 고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이 1998년 8천만원을 지불하고 구매한 롤렉스 손목시계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수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해당 시계는 LG 구단 사무실 금고에서 20년 넘게 잠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