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하데스타운', 사랑을 향한 '신화 속 서정시'
독특하고 아름다운 서정시의 향연과 함께 신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지난 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사진)은 기존 뮤지컬 공연에선 경험하지 못한 참신하고도 신비로운 무대로 관객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소개돼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을 휩쓸었다. 이번 한국 무대는 세계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이다. 코로나19로 공연장 문을 닫았던 브로드웨이에서도 지난 2일 하데스타운 공연을 재개했다.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1년 중 절반은 지상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지하에서 보내는 페르세포네와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의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최근 뮤지컬들이 수차례의 무대 전환을 통해 관객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 달리 하데스타운은 무대 전환을 최소화했다. 대신 서정적인 노래와 네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만 작품을 힘 있게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신화 속에서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사랑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 힘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의 넘버(삽입곡)로부터 나온다. 작품은 말로 하는 대사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이어지는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에 해당한다. 배우들은 재즈, 포크, 블루스 등으로 구성된 37곡의 다양하고 감미로운 노래로 귀를 사로잡는다. 6인조 라이브 밴드가 무대 위에서 줄곧 연주해 재즈 콘서트를 보는 듯하다.

유일한 약점이 될 수 있는 ‘결말 스포일러’ 문제도 영리하게 풀어낸다.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신화 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이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작품은 회전판 무대를 활용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을 극대화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러면서도 비극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하며 특별한 결말을 선사한다. 헤르메스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듯, 그럼에도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방식이다.

무대를 시종일관 가득 채우는 배우들 연기도 조화를 이룬다. 오르페우스 역의 박강현과 에우리디케 역의 김수하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하모니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하데스 역의 양준모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페르세포네 역을 맡은 김선영은 톡톡 튀는 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헤르메스 역의 강홍석은 감각적인 내레이션으로 관객을 하데스타운으로 이끈다. 공연은 내년 2월 27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