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인 "군대 넘어선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진정성의 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의 열풍이 뜨겁다. 지난달 27일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베트남, 싱가포르 등 1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통렬하게 보여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안준호 이병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사진)을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의 힘인 것 같아요. 마주하는 진실들이 때론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진실들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안 이병과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이 2인 1조를 이뤄 탈영병을 쫓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은 이 과정에서 폭력, 가혹행위 등 숨겨진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정해인은 이 작품이 군대를 넘어서 사회 전체를 다룬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대 이야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방관자이지 않을까’ 하는 지점이 그렇죠. 군 생활뿐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부조리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실제 군대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한 세트와 소품 배치 등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실제 내무반과 진짜 똑같았다”며 웃었다. “군화의 위치, 선임의 옷 색깔까지 정말 정교하게 비슷했어요. 이등병이 선임보다 피부가 더 까만 점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해 주셨죠.” 이로 인해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했다. “관등성명하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안준호가 아니라 ‘이병 정해인’을 외쳐서 NG가 났어요. 재입대한 것 같은 공포였나봐요. 하하.”

이 작품은 정해인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그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로맨스물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어 왔다. “전작들과 상반되는 역할이라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연기를 마쳤을 때도 ‘내가 이걸 잘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다행히 잘 편집해 주신 것 같아요.”

안준호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연기를 한 점도 호평받는 이유다. “이 작품에선 돋보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건 탈영병들의 이야기이고, 안준호는 그저 화자거든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은 한호열 상병이 잘 이끌어준 것 같아요. 이야기가 워낙 무거워서 보는 사람들이 갑갑해 할 수도 있었는데, 구교환의 연기와 우리의 ‘티키타카’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D.P.’는 시즌 2로도 제작된다. 정해인은 “한준희 감독, 김보통 작가가 시즌 2 대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시즌 2에선 일병 안준호와 병장 한호열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잘 된다면 시즌 3에선 원작처럼 상병 안준호의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