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양대 구리업체인 LS니꼬동제련과 풍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광석을 사들여 순도 높은 구리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한 제련업체다. 풍산은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공급받은 구리(전기동)를 금속판이나 봉, 동전 등으로 가공한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따른 제련수익 하락으로 LS니꼬동제련은 실적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풍산은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이익 급증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닥터 카퍼'의 귀환…LS니꼬동·풍산, 극심한 온도차 왜?

풍산,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전망

풍산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64억원으로, 전년 동기(210억원) 대비 406.8%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만 작년 영업이익(1212억원)을 웃도는 16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기동(전기분해를 마친 고순도 구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풍산은 제품 가공을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데 전기동 가격이 오르면 재고자산 차익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닥터 카퍼'의 귀환…LS니꼬동·풍산, 극심한 온도차 왜?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가 고시한 전기동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t당 9346.5달러다. 1년 전(6564.5달러) 대비 42.4% 급등했다. t당 1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5월 중순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9000달러를 웃돈다. 철광석과 함께 대표적 산업 원자재인 구리(Cu)의 별칭은 ‘닥터 카퍼’다. 구리 수요량 추이를 통해 글로벌 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리 가격은 송전, 공장 설비, 건축자재, 차량, 기계장비 등 모든 전방산업에 영향을 줘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풍산 실적은 재고자산 평가손익과 함께 ‘롤마진’(제품가-원재료가)에 의해 결정된다.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된다. 풍산 영업이익이 많게는 2000억원대 초반에서 적게는 수백억원대를 매년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다. 시장에선 풍산의 올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 2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절감 주력하는 LS니꼬동제련

국내 유일 구리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LS니꼬동제련은 LS그룹이 일본 JKJS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LS가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해 구리값 상승에도 영업이익이 전년(3154억원) 대비 27.5% 줄었다. 비상장사인 LS니꼬동제련은 분기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올 상반기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련업체 실적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제련수익(TC/RC)이다. 구리 광석 제련을 통해 얻는 금액이다. 제련수익이 높을수록 제련업계에 유리하고, 광산업체에는 불리하다. 제련수익은 광산업체와 연간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정해진다. 문제는 호주 BHP, 미국 프리포트맥모란 등 대형 광산업체가 협상에서 항상 유리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80%대인 자국 구리 자급률을 100%까지 높이기 위해 최근 대규모 제련소를 잇달아 건설한 것도 변수다. 제련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제련수익이 하락하고 있다. 제련수익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풍산 등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전기동 가격을 바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공급 계약이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로 위기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해 핵심 시스템인 통합 생산시스템과 원료 최적조합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 회사 측은 2030년께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원가 절감액이 연 13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