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상해만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
동거녀 사망 후 상해치사 혐의 적용된 60대 무죄…"증거 부족"
동거녀가 사망한 뒤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김상우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6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동거녀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는 인정해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3월 5일 인천시 중구 자택에서 동거녀 B(사망 당시 59세)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강하게 눌러 급성심정지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같은 해 2월 27일 자택에서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3차례 때려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B씨가 같은해 3월 6일 낮 12시 19분께 "사람이 쓰러져 죽었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은 119구급대원들이 A씨 자택에 도착했을 때 B씨는 안방에서 이불이 덮인 상태로 숨져 있었으며 왼쪽 입술 부위에서는 상처가, 목에서는 타박상의 흔적이 발견됐다.

B씨는 사망하기 나흘 전 길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집으로 옮겨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B씨와 함께 살던 A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은 신원 조회를 했고, 벌금 미납으로 수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A씨는 4일간 인천구치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검찰은 A씨가 출소한 직후 노역장에 유치된 일을 거론하며 B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숨지게 했다고 보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B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와 법의학자의 의견이 법정에서 엇갈렸다.

최초 사인 불명으로 진단한 국과수 부검의는 감정서와 법정 진술을 통해 "피해자의 목 부분에 타격이 가해진 것은 맞지만 당뇨 합병증과 관련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사인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반면 법의학자는 법정에 나와 "(목 부위의) 반지연골이 깨지려면 상당한 힘이 작용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목 부위 골절과 출혈 등이 사망의 원인이고 심장병이나 당뇨병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법원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데다 B씨가 사망한 당일 A씨가 폭행했다고 인정할 명확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반되는 전문가들의 의견 중 어느 한쪽에 우월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폭행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있지만 다른 원인에 의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을 가능성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죄로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간접증거는 유죄의 인정 근거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공소장에 적힌 구체적인 폭행 방법 역시 객관적인 뚜렷한 증거에 바탕을 둔 게 아니어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2018년 2월에 발생한 상해 사건과 관련해서는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폭행 강도가 가볍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