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헬기 구출 작전' 악몽 떠올리며 "제2의 베트남" 지적도
"탈레반, 아프간 영토 90% 장악"
사망 17만명·2천조원 투입…숫자로 본 미국의 아프간 참전
미국이 역사상 최장기간 이어왔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완전한 철수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아프간에서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미국의 철수가 가시화하자 탈레반군이 아프간을 거의 함락했고, 미국은 막대한 빚을 떠안은 채 떠나게 됐다.

그간 아프간 전쟁에서 발생한 희생을 숫자를 통해 A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시작된 200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약 17만명이 희생됐다.

구체적으로 ▲ 미군 요원 2천448명 ▲ 미 직원 3천846명 ▲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 6만6천명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군 1천144명 ▲ 아프간 민간인 4만7천245명 ▲ 탈레반 및 반정부군 5만1천191명 ▲ 국제구호단체 직원 444명 ▲ 언론인 72명 등이다.

미국이 2020년 현재 부채로 조달한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 비용은 2조달러(약 2천338조원)가 넘는다.

이는 참전용사들에 지급되는 보상금이나 부채기금 이자 비용은 제외한 수치다.

오는 2050년까지 예상 이자 비용은 최대 6조5천억달러(약 7천59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2003년에서 201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을 동시에 치렀고 두 전쟁에 중복으로 참여한 미군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일부 수치들은 아프간전만 계산한 것이 아니라고 통신은 부연했다.

해당 자료는 린다 빌메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와 브라운대 '전쟁 비용 프로젝트'에서 상당 부분 참고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 보도에 따르면 현재 탈레반군은 아프간 영토 90%를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북부 최대도시 마자르-이-샤리프까지 함락돼 이제 정부군의 통제지역은 수도 카불과 인근 일부 주도에만 불과한 상황이다.

탈레반이 미군 철수가 공식화된 이후 빠르게 점령지를 확장하자 베트남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트남전 참전으로 명예훈장을 받은 잭 제이콥스 전 육군 대령은 아프간 상황이 "1975년 베트남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캐이틀린 탈마지 조지타운대학 부교수는 "탈레반은 북베트남군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참고로 당시 북베트남군은 복잡한 군사 작전이 가능한 매우 숙련된 무장 조직이었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간 상황이 베트남전 당시와 다르다며 "탈레반은 북베트남군이 아니며, 능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일축했다.

현재 미국은 주아프간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병력을 증원하는 등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주아프간 미군 철수를 비판하는 이들은 베트남전 당시 '헬기 구출작전' 장면을 꺼내 지적한다.

1975년 사이공 내 미국 대사관 지붕에서 실행된 헬기 구출 장면은 많은 미국인 기억 속에서 미국 근현대역사상 당혹스러운 순간으로 남아있다.

매트 젤러 전 CIA 분석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모든 이들이 사이공 헬기 구출 장면에 대해 언급한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