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교수의 AI 이야기<3> 테슬라, 인공지능, 자율자동차

테슬라와 머스크 그리고 미래의 예언

테슬라, 이 무명의 자동차 회사가 어느덧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래 차를 꿈꾸는 한 젊은이 정도로만 관심을 받던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더 이상 몽상가가 아니다. 그는 미래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공의 가능성에 대해 긴가 민가 하던 전기자동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자동차로 20세기의 문을 연 메르세데스 벤츠, 비엠더블류, 포르세 같은 신화적인 자동차 회사들 조차 그들의 명품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기하고 전기차 제조회사로 급속히 방향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회사에게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들떠 볼 필요조차 없는 애송이 자동차회사를 오히려 추종해야 하는 처지가 어쩌면 굴욕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더 이상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아가 전기자동차는 엄청난 제로백 성능을 과시할 뿐만 아니라 정숙성 그리고 자동차 내부 공간의 활용 면에서 내연자동차를 능가하는 압도적 우위를 자랑한다. 이제 사람들은 10년 전 전기자동차의 미래를 예언한 테슬라의 창업자를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언을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무조건 믿고 따르는 추종자들이 전 세계에 엄청난 숫자로 퍼져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가상화폐이다. 머스크가 어떤 종류의 가상화폐에 대해 어떻게 발언하는가에 따라 개미 투자자 혹은 투기 꾼들이 정말 개미 떼처럼 몰렸들었다 스러진다.

머스크의 예언과 허언

그런 머스크도 계속 허언을 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테슬라 자동차의 또다른 혁신적 기능, 즉 오토파일러이다. 머스크의 예언에 따르면, 테슬라 소유자들은 오토파일러라는 자율운전 기능으로 이미 스스로 자동차 운전을 할 필요 없어야 한다. 모든 것을 알아서 운전해주는 테슬라에 몸을 맡긴 채 테슬라 안에서 편안하게 책을 보거나, 낮잠을 즐기거나 아니면 뭐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이동 중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머스크의 예언은 계속 허언으로 폭로되고 있다. 왜 그럴까? 머스크의 신통력이 이제 감퇴한 것일까? 아니면 머스크는 원래 사기성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 일까. 물론 이는 개인의 심성, 도덕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면 인격모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최근 인공지능, 그리고 자율자동차 관련 기술의 성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래 탁월한 기술자였던 머스크는 과학 기술에 근거한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합리적으로 예측을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머스크 허언의 귀책사유는 그의 인간성 보다는 다른 데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혹시 머스크를 포함한 자율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자율 자동차 기술에 어떤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율자동차와 인공지능의 백치 행동?

자동차가 자율적으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두뇌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외부 상황의 정보를 인지하는 감각 및 지각 기관이 필요하다. 자율자동차의 두뇌는 인공지능이며 그것의 감각 지각 기관은 레이더나 라이더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레이더, 나아가 라이더 기술을 문자 그대로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방위 레이더 나아가 라이더에 의해 거의 나노 초 단위로 인지되는 외부 상황 데이터는 외부 상황을 물 샐 틈 없이 완벽하게 인지하는 수준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 또 이렇게 인지된 거의 무한량에 가까운 빅데이터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처리하여 상황에 최적화된 판단을 내리는 딥러닝의 성능이 경이로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최첨단 라이더와 인공지능이 대체 백치 같은 실수를 저지르며 인간의 목숨까지 희생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너무도 잘 알려진 사례들이지만, 테슬러의 자율자동차는 밤하늘에 뜬 달과 노란 신호등을 구별하지 못하는 백치 같은 행동을 한다. 대체 왜 그럴까? 이 문제는 라이더의 성능이 급속히 증강되어 정말 외부 상황이 무한량의 데이터로 입력된다면 해결 될까. 또 그것을 현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딥러닝 인공지능의 파라미터 개수가 인간의 두뇌 뉴런의 숫자를 능가하는 10조개 정도로 거대화되어 그 무한량을 데이터를 처리하면 해결될 것인가? 물론 이렇게 믿는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상당수이다. 그런데 회의적인 입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대개의 경우 인공지능이 상식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상식을 근거로 인공지능의 백치 성능을 설명하는 것은 그야말로 피상적이다. 상식이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규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백치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데 그 이유가 있다. 왜 인공지능은 달과 노란 신호등을 구별하지 못할까?

외계인, 고딕 성당, 돌덩어리

사실 인공지능은 굳이 말하자면 세상의 모든 것을 물리적이고 또 이 물리적인 것은 숫자로 변환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작동한다. 즉 인공지능에게 노란 신호등과 밤하늘의 달은 다 발광체이고 이 발광체는 거기서 발원하는 광선의 주파수에 따라 수치화되며 이렇게 수치화되는 데이터만을 인공지능이 처리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은 물리학과 수학만을 아는 외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물리학과 수학만을 아는 외계인들은 지구에 도착하여 고딕성당을 보면, 어떻게 될까? 이 외계인들에게 고딕성당은 물리적으로 어떤 물질로 구성된, 그리고 수학적으로 측정되는 어떤 높이와 넓이를 갖는 거대한 물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이 외계인들에게는 고딕성당과 그 고딕성당만큼의 높이와 넓이를 갖는 돌덩어리는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설령 그 외계인들이 최첨단의 양자역학을 동원해서 고딕성당을 극도로 세밀하게 분석한다해도, 그 미시물리적 분석만을 통해서는 결코 고딕 성당은 고딕성당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여전히 원자로 구성된 돌덩어리일 뿐이다. 따라서 이 외계인들에게 고딕성당이나 돌덩어리는 동일한 관계 속에서 동일하게 취급된다. 다시 말해서 이들 외계인들은 고딕 성당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능력이 없는 것이다.

딥러닝의 한계를 돌파하는 화두

인공지능이 달과 노란색 신호등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달은 천체물리학적 현상이지만, 노란색의 신호등은 그런 물리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의미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간주하고 또 그것을 숫자로 변환하는 전처리(pre-processing)작업이 선행돼야만 하는 인공지능에게 이런 구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진정 완전 자율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바로 문화 사회적 인지능력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딥러닝은 위상학적으로 인간의 3차원 인지 능력을 천문학적 수준으로 능가하는 N차원의 함수계산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래의 인공지능이 위상학적으로 수천만차원의 함수 계산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물리- 수리적 처리능력이라면, 물리 현상과 역사 문화적 현상을 구별하여 분별력 있는 판단을 내리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때문에 현재 딥러닝의 한계를 돌파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화두는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어떻게 인공지능에게 문화적 인지능력을 구현해야 하는가? 이 화두를 해결하는 지혜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