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신들·우리에 관하여

▲ 제프리 삭스-지리 기술 제도 =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인류 역사의 기원인 구석기 시대(약 7만~1만 년 전)는 그 이후의 모든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태동기였다.

이 시기에 인류는 문화와 언어를 창조하고, 씨족을 형성하며 자연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다른 대륙으로 흩어진 이후 인간 사회의 교역, 정복, 생산력 증대, 전염병 창궐 등 모든 활동이 '지리, 기술,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토대로 이뤄졌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일곱 시대로 구분해 문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인류 역사를 바꾼 일곱 번의 세계화는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기마 시대, 고전 시대, 해양 시대, 산업 시대, 디지털 시대를 이른다.

이 책은 '빈곤의 종말',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 등의 역저를 냈던 저자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1세기북스. 400쪽. 3만2천원.
[신간] 제프리 삭스-지리 기술 제도
▲ 한국의 여신들 = 김화경 지음.
가부장제 성립 이전에는 여성들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모권제 사회가 존재했다.

우리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유화부인, 자청비, 바리공주(바리데기), 마고할미, 설문대할망 등. 간난고초의 세월의 보내던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들 사이에서 이어져 온 여성신화는 한국 여성의 끈질긴 생명력을 웅변한다.

오랜 시간 우리 신화와 민속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는 다양한 경로로 전승돼온 여신신화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 여신들의 원형은 과연 누구였고, 그 신앙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전개돼왔는지 추적한다.

안타깝게도 인류 역사가 가부장제 사회를 거치는 동안 여신신화들은 많은 부분이 변형되고 왜곡됐다.

저자는 한국의 여성신화가 단지 가부장제에 의해 변형·변개돼서만 존재하는 부차적 서사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484쪽. 3만원.
[신간] 제프리 삭스-지리 기술 제도
▲ 우리에 관하여 = 피터 카타파노·로즈마리 갈랜드-톰슨 지음.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하여 말하지 말라." 1990년대 이후 장애인 인권 운동은 이 말을 모토로 삼기 시작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정의', '소속', '일', '항해', '대처', '사랑', '가족', '기쁨' 등 8개의 주제로 우리가 알고 생각하는 장애에 대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장애인이 보는 장애는 비장애인이 보는 장애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장애는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한 방식, 또 하나의 정체성일 뿐"이라며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시선이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증언하는 것이다.

해리북스. 448쪽. 2만2천원.
[신간] 제프리 삭스-지리 기술 제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