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전략부재로 영향력 축소 분석…트럼프측 "많은 이슈 있어" 일축
한방 먹은 트럼프…미는 후보 지고 공화 상원은 인프라법 지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해온 공화당에서 크게 한 방 먹었다.

당내 하원의원 경선에서 자신이 미는 후보가 탈락하고, 그토록 반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법안에 공화당 상원이 대거 찬성표를 던져서다.

공화당 내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당 장악을 차기 대선 출마의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트럼프의 구상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 27일 텍사스주 제6선거구 당내 하원의원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수전 라이트가 제이크 엘지에 패했다.

이튿날엔 1조 달러(약 1천150조 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 처리를 위한 상원의 절차 투표에서 공화당 의원 17명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인프라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통과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더힐은 "트럼프는 여전히 당내 거물이지만 연이은 타격으로 영향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앨릭스 코넌트는 "트럼프는 한동안 큰 승리를 못 거뒀고, 승리가 없다면 그의 정치적 자본은 고갈될 것"이라며 "퇴임 후 전략이 없다.

노출이 너무 많아 오히려 충분한 주목을 못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 전직 트럼프 고문은 "여긴 수많은 이슈가 있고, (최근의 일은) 트럼프와 무관하다"며 트럼프의 영향력이 타격받았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다른 전직 트럼프 백악관 관료는 일부 측근들이 트럼프에게 경선에서 미는 후보를 일찍 공개하도록 압박해왔다며 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방 먹은 트럼프…미는 후보 지고 공화 상원은 인프라법 지지
공화당 일각에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지역 경선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조지아에선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허셜 워커를,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상원 경선에 뛰어든 테드 버드 하원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버드와 경쟁하고 있는 팻 맥크로리 전 주지사는 모금 실적이 버드보다 앞선 상태다.

트럼프는 하원에선 상대적으로 장악력이 견고하지만, 상원은 다르다.

그는 인프라 법안과 관련해 몇 주 동안 무려 6개의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의 협상을 포기하라고 공화당 상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린지 그레이엄,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 등 트럼프 최측근도 법안에 찬성했다.

전략가 코넌트는 "공화당 상원이 트럼프를 무시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가 늘 폄훼하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왜 그의 말에 신경 쓰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 매코널과 '이름뿐인 공화당원'(RINO)들이 민주당에 굴복했다며 "난 미국을 위해 싸우는데 이들이 공산 민주당과 함께 미국을 망친다"고 주장했다.

물론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81%는 트럼프가 공화당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해 당내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더힐은 아직은 트럼프의 공화당 내 영향력 약화를 결론 내기 어렵다며 내주 오하이오 예비선거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