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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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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각장=혐오시설' 고정관념 깨뜨린 일본, 쓰레기 처리시설을 '랜드마크' 만들어
    캐나다 등 선진국, '투명성' 원칙 지키며 끈질기게 설득해 주민 동의 얻어
    EU는 '매립세' 대폭 올려 쓰레기 매립 크게 줄여…"장기적 시각에서 원칙 지켜야"

    쓰레기 대란 / 연합뉴스 (Yonhapnews)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탐사보도팀 = '쓰레기 대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가능해진 산업혁명 이래로 줄곧 인류와 함께해왔다.

    특히 싸고 편리한 플라스틱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0세기 중반부터 폐기물 처리는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산업이 발달한 유럽, 일본, 캐나다 등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쓰레기 문제를 먼저 겪었다.

    현재 전체 쓰레기 중 극히 적은 비중만을 매립하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도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0%가 넘는 쓰레기를 매립해야 해 이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이들이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느라 기울인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혐오시설인 쓰레기 처리시설을 기피하는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해 이들이 보인 인내와 설득, 발상의 전환 등은 '쓰레기 대란'을 겪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폐기물 처리장은 혐오시설?…일본 소각장, '지역 랜드마크'가 되다
    일본 오사카 앞바다에는 마이시마(舞洲)라는 인공 섬이 있다.

    섬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3㎞ 정도 되는 이 섬에는 눈길을 끄는 시설이 하나 있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외벽,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유려한 곡선의 건물 디자인, 언뜻 보면 영락없는 놀이공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실 생활폐기물 등을 처리하는 소각시설이다.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이 시설의 디자인은 오스트리아의 유명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가 맡았다.

    폐기물 처리시설인 마이시마 소각장을 이곳에서 2㎞ 떨어진, 오사카의 주요 관광지이자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견줘도 손색없는 모습으로 조성한 이유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마이시마 소각장이 처음 추진될 때는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7천억원이나 되는 사업비용에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오늘날 마이시마 소각장은 명실상부한 지역사회의 '효자 시설'이 됐다.

    270만 인구의 오사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20%를 처리한다.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전기회사에 되팔아 매년 7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다.

    생활폐기물의 파쇄와 선별 공정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제공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관광객과 견학단을 불러 모으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
    2001년 가동을 시작한 마이시마 소각장은 하루 900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다.

    900t이면 울산시에서 매일 발생하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전량을 소각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혐오시설을 주민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주민 수용성'과 '폐기물 처리 능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이처럼 일본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폐기물 소각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혜를 발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모색했고, 친환경적인 디자인과 시공을 통해 쓰레기 처리시설이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도록 했다.

    일본 도쿄 무사시노에 위치한 쓰레기 처리시설인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대형 크레인이 쓰레기 더미를 옮기는 광경을 관람하며 식사와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고미피트바'(gomi pit bar)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미피트는 '쓰레기 구덩이'라는 뜻이다.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자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의외의 인기를 끌어 2018년 개시 후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맞았다.

    1995년 완공된 일본 요코하마의 'WTE 소각장'은 옆에 노인복지시설을 함께 조성했다.

    노인복지시설은 온수풀, 목욕탕, 온실 등을 갖췄다.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노인복지시설에 공급하는데, 지역 어르신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기피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로 탈바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 '발상의 전환'으로 주민들의 사랑 받아…핵심은 '설득'과 '동의'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로 인해 소각장 증설 등이 시급한 우리로서는 이들 사례가 보여준 '발상의 전환'과 '설득의 메커니즘'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적 보상보다는 일본의 사례처럼 처리시설을 '랜드마크'처럼 만들어 지역사회 활성화에 도움이 되게 하거나, 지역에 복지시설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각장 증설에 성공하면서 일본은 쓰레기 매립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거둘 수 있었다.

    쓰레기를 태워버리면 자연스레 땅에 묻을 쓰레기가 줄어든다.

    일본은 2019년 기준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률을 1%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소각처리가 전체 폐기물 처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에 달한다.

    2018년 기준으로 가연성 생활폐기물 중 23%에 달하는 폐기물이 소각처리 없이 그대로 매립되는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룬다.

    쓰레기 처리시설 건립 과정에서 '설득'과 '동의'의 메커니즘을 구축한 나라는 일본뿐이 아니다.

    캐나다 에드먼턴시는 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면서 지역주민의 반대를 10년에 걸친 설득 과정을 통해 해소했다.

    2015년 운영을 시작한 토르힐드(Thorhild) 매립지가 그 사례다.

    에드먼턴시에서 북동쪽 85㎞ 지점에 있는 이 매립지는 당초 2006년에 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로 인한 오염, 유독성 폐기물 반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악화 등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매립지 조성은 10년 가까이 지연됐다.

    그럼에도 시 당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매립지 부지를 찾거나 공사를 강행하는 대신, 절차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해 지역주민들을 설득했다.

    꾸준히 공청회를 열었고, 지하수 및 주변 토양의 오염수치 검사, 유독성 폐기물 반입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매립지가 안전하다고 설득했다.

    결국 시 당국의 '진심'을 받아들인 주민들의 동의로 토르힐드 매립지는 계획 수립 후 10년 만에 운영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승희 경기대 융합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캐나다의 사례는 시 당국과 주민들이 함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폐기물 처리 문제를 풀어나간 대표적 사례"라며 "쓰레기 처리 문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주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 EU,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여…"정권 바뀌더라도 정책 지속성 지켜야"
    쓰레기 문제는 처리시설 증설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언젠가 매립지는 찰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넓지 않은 국토 안에서 또 다른 매립지를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땅에 묻히는 쓰레기의 양을 줄여야 지속가능한 폐기물 처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매립세 정책'은 이러한 노력의 좋은 사례이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매립세를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25개국에서 매립세를 시행하고 있으며, 벨기에, 에스토니아, 덴마크 등 많은 나라가 폐기물의 직매립 또한 금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처리 뒤 남은 재의 형태로만 묻을 수 있다.

    매립세는 매립지를 운영하는 회사나 단체 등이 내며, 매립되는 폐기물의 양에 비례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매립세로 인해 매립 비용이 대폭 상승했고, 이는 매립 대신 소각, 재활용 등 다른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려는 노력을 낳았다.

    EU 국가들의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은 2000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지만, 같은 시기 매립세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서 폐기물 매립률이 크게 낮아졌다.

    스위스는 '매립률 0%'를 달성했다.

    물론 매립세가 처음부터 즉각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립세율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 방식'을 도입한 국가들에서 효과는 극적이었다.

    [쓰레기 대란]⑥ 소각장 '지역 명물' 만든 日, 매립세 올려 쓰레기 줄인 EU
    영국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t당 매립세를 1£(약 1천580원)씩 올리다가 이후 급격히 인상해 최종적으로 1t당 80£(약 12만6천원)까지 올렸다.

    그 결과 1999년 80% 수준이던 영국의 매립률은 2018년 23%까지 떨어졌다.

    스웨덴과 덴마크 또한 1995년 폐기물 매립 비율이 모두 20%를 넘었지만, 2019년엔 두 나라 모두 2%라는 극적인 수준까지 낮아졌다.

    양국은 현재 각각 t당 500크로나(약 6만5천원), 63유로(약 8만5천원)의 매립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생활폐기물은 t당 1만5천 원, 가연성 산업폐기물과 불연성 산업폐기물은 각각 2만5천원과 1만원, 건설폐기물은 3만원의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t당 매립세가 10만원 안팎인 영국이나 덴마크 등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남훈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매립세의 취지는 근본적으로 매립 비용을 올려 폐기물의 매립 대신 재활용이나 소각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폐기물 정책이 바뀌지 않고, 재활용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쓰레기 매립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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