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미 국방장관 접견 후 결정…지난해 2월 통보 후 수차례 연장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 "전략상 핵심 이익 지키기 위한 결정"
두테르테, 친중 탈피?…"미국과 방문군협정 종료" 통보 철회(종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의 방문군 협정(VFA) 종료 통보를 철회했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마닐라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측에 전달한 VFA 종료 통보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정은 오랜기간 동맹인 양국의 국방 협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동남아 순방중인 오스틴 장관은 베트남이 이어 전날 필리핀을 방문해 두테르테 대통령을 예방했다.

양국은 지난 1998년 훈련 등을 위해 필리핀에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VFA를 체결했다.

VFA는 미군이 필리핀에서 군사 훈련을 벌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유사시 필리핀의 안보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미국의 비자발급 거부에 항의하면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VFA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필리핀은 2차례에 걸쳐 협정 종료 시한을 연장했고 지난 6월에는 올해 8월 종료 예정인 VFA를 6개월 추가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자국의 전략상 핵심이익을 지키고 양국간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책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그렉 폴링은 "이번 결정은 양국간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6년 권좌에 오른 두테르테 대통령은 수시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친중 행보를 견지해왔다.

특히 중국 선박 수백척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휫선(Whitsun) 암초에 장기간 정박하는 와중에도 중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그의 행보를 놓고 국내에서 비난이 확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