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앞두고 탈구…수술과 재활로 보낸 1년
주변 예상 깨고 준결승 진출…"파리올림픽에선 꼭 애국가 틀겠다"
[올림픽] 울지 말아요…부서진 어깨로 끝까지 싸웠던 윤현지
특별취재단 = 한국 여자 유도 중량급의 기대주 윤현지(안산시청)의 어깨가 부서진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불과 6개월 남긴 시점이었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출전한 국제대회 경기 도중 어깨가 탈구됐다.

급하게 귀국해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윤현지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를 받았다.

어깨 부상이 심하니 수술을 받지 않으면 선수 생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속팀인 안산시청의 이용호 감독은 2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눈앞이 캄캄해지더라. (윤)현지에게 일단 선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수술을 받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윤현지는 코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었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아프더라도 국제대회에 출전해 랭킹포인트를 따기로 했다.

윤현지는 이를 악물고 5월에 열린 바쿠 그랜드슬램과 알마티 그랑프리 출전을 강행했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당연했다.

윤현지는 오른팔을 전혀 쓸 수 없었다.

올림픽을 향한 윤현진의 첫 번째 도전은 그렇게 끝났다.

윤현지는 눈물 속에 수술대 위에 올랐다.

[올림픽] 울지 말아요…부서진 어깨로 끝까지 싸웠던 윤현지
재활 과정은 혹독했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조금씩 조금씩 끌어올렸다.

매일 반복되는 고통의 시간은 1년 동안 계속됐다.

재활 후에도 오른쪽 어깨는 끊임없이 윤현지를 괴롭혔다.

훈련하고 싶어도 오른팔을 많이 쓰면 탈이 났다.

윤현지는 말 그대로 버티면서 운동했다.

이성호 감독은 "(윤)현지는 정말 독한 선수"라며 "유도 속에 파묻혀 살았다"고 말했다.

윤현지는 나름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오른팔을 제대로 못 쓰자 다리 기술과 허리 기술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상대 선수 배에 발을 대고 뒤로 누우면서 머리 위로 넘기는 기술인 배대뒤치기와 다리기술인 허벅다리 걸기는 그렇게 윤현지의 필살기가 됐다.

처음 오른 꿈의 무대, 도쿄올림픽에서도 윤현지는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올림픽] 울지 말아요…부서진 어깨로 끝까지 싸웠던 윤현지
그는 16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7위 나탈리 파월(영국)을 상대로 허벅다리 감아치기와 배대뒤치기로 절반 2개를 빼앗아 한판승을 거뒀다.

8강전에선 세계랭킹 5위 휘셔 스테인하위스(네덜란드)를 골든스코어(연장전) 접전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세계랭킹 23위인 무명급 선수 윤현지는 그렇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결과를 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윤현지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세계랭킹 1위인 프랑스의 마들렌 말롱을 상대로 반칙패로 무릎을 꿇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세계랭킹 8위 브라질의 마이라 아귀아르에게 누르기 역공을 허용해 아쉽게 패배했다.

[올림픽] 울지 말아요…부서진 어깨로 끝까지 싸웠던 윤현지
경기 후 만난 윤현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는 "어깨 문제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 한이 남았다.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열심히 준비했다"며 "메달이 눈앞에 보이니 긴장한 채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3년 뒤에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며 "오늘 못했던 것들을 완벽하게 보완해서 파리에선 꼭 애국가를 듣겠다"고 다짐했다.

1994년 2월 14일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윤현지는 철원여중, 철원여고를 졸업한 '강원도 철원의 딸'이다.

철원여중 2학년 재학 시절 유도를 시작했으며 2020 텔아비브 그랑프리 3위, 2021 아시아 오세아니아 선수권대회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