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한계·코로나 탓에 복귀 후회도 했는데…의미 있는 메달 가져가네요"
[올림픽] "아내에게 선수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김정환이 돌아온 이유
특별취재단 = "와이프는 저를 '왕년에 펜싱 좀 했던 사람'으로 알았거든요.

"
2020 도쿄올림픽 한국 펜싱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대표팀 최고참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다.

대표팀을 든든하게 지키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탰지만, 당시에도 35세로 이미 나이가 적지 않던 터였다.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충족하고도 대표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부상 치료와 학업 등이 이유로 전해졌으나 이젠 후배들에게 한국 남자 사브르의 미래를 넘기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9년 4월 국내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등 기량은 여전히 손색없던 그는 2019년 9월 다시 대표로 선발돼 후배들과 선수촌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24일 목에 건 도쿄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은 그 결실이었다.

메달을 따낸 뒤 만난 그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가 태극마크를 다시 달아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귀띔했다.

김정환은 네 살 연하의 변정은 씨와 1년여 교제 끝에 지난해 9월 결혼했다.

[올림픽] "아내에게 선수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김정환이 돌아온 이유
김정환은 "아내와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절 '왕년의 선수' 정도로 알았다.

제 경기는 실제론 본 적이 없고 자료화면 정도로 봤다"며 "집에서 잠옷 입고 TV 보는 모습을 보며 '오빠가 운동했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기에 '나 아직 선수 맞는데'라는 생각에 인정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운동을 할 땐 처가의 '걱정'이 그를 한 발 더 뛰게 했다고 한다.

"장인어른이 매일 전화하셔서는 '예전에 잘했던 것 다 아니까, 제발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만 말라'고 하셨는데, 한물간 선수로 생각하시나 해서 자극을 받았다"며 "'나 살아있는데'라는 생각에 불타올랐다"는 것이다.

김정환은 "이번 대회 경기하는 모습을 보시며 장인께서 '우리 사위가 맞나?' 싶으실 것 같다"며 "빈손으로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복귀를 후회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아내에게 선수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김정환이 돌아온 이유
"대표팀에서 같이 운동하는 오상욱 선수는 저보다 13살이 적어요.

띠동갑이 넘죠. 체력의 한계를 느낀 데다 신혼인데 갇혀 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연기까지 되니 복귀를 잘못 생각한 것 같고, 이런 생활을 1년 더해야 할지 고민도 컸죠."
그 끝에 온 도쿄에서 김정환은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3번째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개인전에서 입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의미 있는 메달을 가져왔다"며 고생 끝에 온 낙을 자축했다.

아내에게 앞으로도 좀 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묻자 김정환은 확답을 주진 않았다.

다만 "다음 올림픽까진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바람에 아시안게임이 바로 내년(항저우)이 됐다"며 "한국에 가면 아내와 진중하게 대화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