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에페 세계 2위 최인정·8위 강영미·남자 사브르 9위 구본길 32강서 고배
[올림픽] 베테랑도 피하지 못한 중압감…첫판 탈락한 펜싱 메달 후보들(종합)
특별취재단 = 세계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펜싱 대표팀의 베테랑들이 2020 도쿄올림픽 개인전 첫판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올림픽의 중압감을 실감했다.

여자 에페 세계랭킹 2위 최인정(31·계룡시청)은 24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인전 32강에서 아이자나트 무르타자에바(ROC)에게 패한 뒤 연합뉴스와 만나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 1번 시드를 받고 64강을 건너뛴 뒤 32강전으로 대회를 시작한 최인정은 무르타자에바에게 11-15로 져 탈락했다.

올해 3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할 정도로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도 좋았는데, 세계랭킹 200위 밖의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그에게도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컸다.

초반부터 덤벼든 무르타자에바에게 고전을 거듭했고, 좀처럼 리드를 가져오지 못한 가운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최인정은 "긴장하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피스트 위에 올라가니 세 번째든 첫 번째든 똑같더라. 긍정적인 생각이 더 크게 들어야 하는데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저의 취약한 부분에 대비를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준비 기간이 긴 만큼 준비가 잘 돼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그만큼 단체전에서 다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사토 노조미에게 패한 강영미도 예상 밖의 패배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세계랭킹 8위인 강영미(36·광주광역시 서구청)도 32강전부터 나섰지만, 세계랭킹 42위 사토에게 14-15로 지고 말았다.

강영미는 "평소엔 긴장하다가도 피스트에 서면 하지 않는 편인데, 긴장감이 컸다.

은연중에 올림픽이라는 걸 의식했나 보다"고 곱씹었다.

그는 "초반에 점수가 벌어진 뒤 흐름을 잡지 못했다.

상대가 저에게 밀리다가 공격하면 받아치겠다고 구상했는데, 몰아붙이지 못해 중간에 점수를 잃었다"며 "격차가 좁아졌을 때 섣부르게 공격한 게 패인이었다"고 자평했다.

강영미 역시 "단체전에 더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의 일이 저에게 더 나아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베테랑도 피하지 못한 중압감…첫판 탈락한 펜싱 메달 후보들(종합)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멤버이자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에 빛나는 세계랭킹 9위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도 하위 랭커에게 덜미를 잡혔다.

세계랭킹 27위인 마튀아스 스차보(독일)에게 8-15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구본길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였는데, 초반에 너무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뭘 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상대가 제 타이밍을 잘 파악하고 왔더라"며 허탈해했다.

그는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의식하지 않고 보통의 경기라는 생각으로 뛰려고 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압도하는 게 있더라. 관중에 없는데도 서는 것 자체가 긴장됐다"며 "올림픽은 올림픽인가보다"라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