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목숨보다 돈이냐" 분노한 일본시민들 올림픽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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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만에 다시 도쿄서 개막…기대감 사라지고 우려 팽배
"긴급사태에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데 왜 올림픽만 가능하냐" 특별취재단 =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는 올림픽 중단하라!"
팬데믹 와중에 막을 올리는 도쿄올림픽은 일본 시민들에게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안과 분노를 안기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1964년에 이어 57년 만에 도쿄에서 다시 열리는 '평화의 제전'에 일본 열도가 달아올랐을 것이지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졌다.
개막식을 앞두고 연합뉴스 취재진이 도쿄에서 만난 시민들에게서 올림픽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회사원 다나카(31) 씨는 "어떻게 하더라도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개최할 때 생기는 경제 효과도 얻을 수 없다"면서 "방역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백신도 아직 한 번밖에 맞지 않았고 역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이 '기'라고 밝힌 한 중학생(14)은 "학교에서도 (각종 행사나 활동에) 제약이 있는데 올림픽만 개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세계적인 대회이고 나라가 정한 것이라서 바꿀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최를 지지하는 시민에게서는 당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체념이 엿보였다.
기업 임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61)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거액 배상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하겠다고 결정했으니 국민도 대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센소지(淺草寺) 일대에는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이 나들이를 나왔다.
가로등에 설치된 홍보용 깃발이 도쿄가 개최지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으나 시민들에게서 올림픽에 대한 흥분이나 기대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1936년생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젊은 시절 첫 도쿄올림픽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면서도 오늘 저녁에 TV로 개막식을 볼 것이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올림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탓에 현지 언론도 개막을 축제의 시작이라는 시각으로 다루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상대적으로 일본 정부에 호의적인 논조를 보이는 공영방송 NHK는 이날 아침 프로그램에서 개막을 앞둔 일본 열도의 분위기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개회식을 맞이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해설했다.
시민들은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개막식을 약 5시간 앞두고 올림픽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 '개헌·전쟁저지! 대행진' 실행위원회가 이날 도쿄 시부야(澁谷)구 소재 요요기(代代木)공원 일대에서 "올림픽 개회식 분쇄! 스가를 쓰러뜨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한 올림픽 반대 시위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코로나19로 확산에 의료 시스템이 붕괴해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전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올림픽을 지금 당장 그만둬라", "올림픽 비용을 의료 쪽에 돌려써라", "부흥 올림픽이라고 장난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개막식이 예정된 국립경기장에서 인근까지 행진했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아라이 가요코(47) 씨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나 병상 부족으로 입원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는 그 원통한 마음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이냐"고 올림픽 반대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긴급사태 선언으로 음식점을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 "왜 올림픽만 가능하다는 것이냐. 올림픽을 당장 그만두고 거기 쓸 돈이 있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연합뉴스
"긴급사태에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데 왜 올림픽만 가능하냐" 특별취재단 =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는 올림픽 중단하라!"
팬데믹 와중에 막을 올리는 도쿄올림픽은 일본 시민들에게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안과 분노를 안기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1964년에 이어 57년 만에 도쿄에서 다시 열리는 '평화의 제전'에 일본 열도가 달아올랐을 것이지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졌다.
개막식을 앞두고 연합뉴스 취재진이 도쿄에서 만난 시민들에게서 올림픽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회사원 다나카(31) 씨는 "어떻게 하더라도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개최할 때 생기는 경제 효과도 얻을 수 없다"면서 "방역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백신도 아직 한 번밖에 맞지 않았고 역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이 '기'라고 밝힌 한 중학생(14)은 "학교에서도 (각종 행사나 활동에) 제약이 있는데 올림픽만 개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세계적인 대회이고 나라가 정한 것이라서 바꿀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최를 지지하는 시민에게서는 당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체념이 엿보였다.
기업 임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61)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생길 수 있는 거액 배상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하겠다고 결정했으니 국민도 대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센소지(淺草寺) 일대에는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이 나들이를 나왔다.
가로등에 설치된 홍보용 깃발이 도쿄가 개최지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으나 시민들에게서 올림픽에 대한 흥분이나 기대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1936년생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젊은 시절 첫 도쿄올림픽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면서도 오늘 저녁에 TV로 개막식을 볼 것이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올림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탓에 현지 언론도 개막을 축제의 시작이라는 시각으로 다루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상대적으로 일본 정부에 호의적인 논조를 보이는 공영방송 NHK는 이날 아침 프로그램에서 개막을 앞둔 일본 열도의 분위기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개회식을 맞이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해설했다.
시민들은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더위에도 개막식을 약 5시간 앞두고 올림픽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 '개헌·전쟁저지! 대행진' 실행위원회가 이날 도쿄 시부야(澁谷)구 소재 요요기(代代木)공원 일대에서 "올림픽 개회식 분쇄! 스가를 쓰러뜨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한 올림픽 반대 시위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코로나19로 확산에 의료 시스템이 붕괴해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전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올림픽을 지금 당장 그만둬라", "올림픽 비용을 의료 쪽에 돌려써라", "부흥 올림픽이라고 장난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개막식이 예정된 국립경기장에서 인근까지 행진했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아라이 가요코(47) 씨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나 병상 부족으로 입원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는 그 원통한 마음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이냐"고 올림픽 반대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긴급사태 선언으로 음식점을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 "왜 올림픽만 가능하다는 것이냐. 올림픽을 당장 그만두고 거기 쓸 돈이 있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