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202mm 사상 최대 폭우…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 사망·20만 대피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의 성도인 정저우(鄭州)에서 역대 최고의 폭우로 25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으며, 20만명 가까운 주민이 대피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21일 보도했다.

전날 정저우에서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 물이 차올라 승객 500여명이 갇혔다.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12명이 숨진채 발견됐으며 부상자도 5명 나왔다.

승객들은 전날 오후 6시(현지시간)께 지하철 5호선이 터널 구간에서 갑자기 운행을 멈췄을 때부터 3시간 동안 객차 안에 갇혔다.

물이 점점 차올라 승객들의 어깨 높이까지 올라갔다.

다샹(大象)뉴스에 따르면 리(李)모씨는 "키가 작은 승객들은 물이 목까지 찼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승객 바이(白)모씨는 많은 승객이 산소 부족 증세를 보였으며 한 임산부는 혼절하기까지 했다고 CCTV에 밝혔다.

지하철은 주행하다 역 사이의 터널에 멈췄는데 일반적으로 터널은 역보다 낮게 설계되기 때문에 객차가 빗물에 쉽게 잠긴 것으로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정저우시는 뒤늦게 지하철 전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다.

시내 일부 지역에는 전기와 식수 등의 공급이 끊겼는데 대학 부속병원도 정전돼 중증 환자 600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정저우에서는 이날 항공편 300편의 운항이 결항했고 기차역 2곳은 열차 운행을 모두 취소했다.

정저우에서는 전날 오후 4∼5시 1시간 동안에만 201.9㎜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는 1975년의 198.5㎜를 넘어 중국에서 섬을 제외한 지역의 시간당 역대 최대 강우량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800㎜ 넘는 물폭탄이 퍼부어졌다.

24시간 동안 정저우에 내린 비는 평균 457.5㎜로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고다.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간 정저우의 누적 강수량은 617.1㎜에 이르렀는데 정저우의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에 근접하는 수치다.

중국 매체들은 '천 년 만의 폭우'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폭우는 중국으로 접근하는 태풍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정저우에서는 폭우로 저수지 제방이 무너지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미리 대피했다.

지역 당국은 홍수 대응 태세를 1급으로 상향했다.

이번 수재로 피해를 입은 정저우 주민은 3만6천명이다.

인구 1천200만명인 정저우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공장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정저우시 외곽의 소림사는 폐쇄됐다.

허난성의 다른 지역에서도 홍수 피해가 컸다.

뤄양(洛陽)시 이촨(伊川)현에서는 제방에 20m 길이의 틈이 생겨 붕괴할 위험이 높아지자 군 병력이 투입돼 제방 일부를 폭파시켰다.

허난성 덩펑(登封)시의 알루미늄 합금공장에서는 폭우로 범람한 강물이 용광로에 들어가 큰 폭발사고가 일어났지만 직원들이 미리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정저우 부근에서 지난 19일 오후부터 열차 운행이 갑자기 중단돼 탑승했던 승객들이 40시간 가량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허난성에서는 수재 피해를 입은 사람이 120만명으로 집계됐다.

폭우로 허난성의 농지 9천222헥타르가 침수돼 경제 피해액은 7천200만위안(약 128억원)으로 추산됐다.

허난성을 포함한 화중(華中) 지역을 관할하는 강승석 우한 총영사는 "새벽부터 임시 대책반을 가동하면서 현황을 파악했는데 현재까지 한국 교민 피해는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허베이(河北) 등 7개 성에서는 허난성으로 소방관 1천800명 등을 급파했다.

250척의 보트도 동원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중부전구는 구조와 방재 작업을 위해 3천200여명을 10개 지역으로 파견했다.

허난성의 이번 폭우는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홍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각급 간부들은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신속히 재난을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재해당국은 실무 그룹을 허난에 급파했다.

한편 남부 광둥(廣東)성에는 올 첫 태풍이 상륙한 영향으로 항공편 1천편이 취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