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요신문 사설, 문대통령 방일 무산 '평가·주문' 엇갈려

일본 주요 일간지는 오는 23일의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춘 문재인 대통령 방일이 불발되면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각 사 성향을 반영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다른 주문을 내놓았다.

수도 도쿄권에 배포되는 6개 주요 일간지 가운데 21일 자 지면에서 지난 19일 오후 확정된 이 문제를 다룬 곳은 마이니치, 도쿄, 요미우리, 산케이 등 4곳이다.

진보 성향인 마이니치와 도쿄신문은 문 대통령 방일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에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정상회담을 할 때가 아니라고 했고, 발행 부수 기준으로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간 현안에 대한 한국 측의 해결책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스가 내각의 입장을 두둔했다.

"韓과 대화노력 지속" vs "정상회담할때 아냐"…日언론 양분
마이니치는 "올림픽에서의 (정상)회담은 의례적이긴 하지만 정부 간 의사소통조차 충분히 할 수 없는 (한일) 양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는 의의는 컸다"며 그런 호기를 놓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에도 사태 타개를 위한 열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해법을 한국 정부가 내놓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마이니치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피한 것을 거론하며 "의견이나 이해가 대립해도 상대국과 협상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외교다.

양보를 요구할 때는 상대 체면을 지켜주면서 배려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역사 인식 문제가 얽힌 양국 간 현안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마이니치는 미중 대립과 북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일 협력이 불가결하고,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양국 정상에 대화 노력을 계속하라고 주문했다.

"韓과 대화노력 지속" vs "정상회담할때 아냐"…日언론 양분
도쿄신문은 '의사소통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 방일 무산으로 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쳐 유감이라며 양국 정부 간에 조성된 대화 기운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현안인 역사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 책임을 놓고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나뉘고 있는 점을 들면서 결국은 정치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스가 총리에게 관계 개선의 길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도쿄신문은 문재인 정부에는 "단번에 큰 성과를 얻으려고 서둘러선 안된다"고 제언했다.

"韓과 대화노력 지속" vs "정상회담할때 아냐"…日언론 양분
일본 일간지 중에서 대표적 우익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산케이는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 방일을 보류하기로 한 이유로 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악화한 한일관계를 타개할 방안을 한국 측이 제시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런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변했다.

이 신문은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등으로 국가 간 약속을 짓밟는 반일(反日)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케이는 "일본은 흔들리지 말고 한국의 부당한 행동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행동이 따르는 형태로 한국이 반일을 바꾼 후"에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간 현안을 포함한 '올림픽 외교' 전반을 다룬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 보류 결정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기회를 잃었다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징용공·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측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 주장을 일방적으로 뒷받침하는 논조를 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