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가 양국 신뢰 관계 악영향 끼쳐"
윤강현 대사 "이란이 느꼈을 좌절 잘 알아…관계 발전 노력하겠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윤 대사에게 신임장을 전달하며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최근 몇 년간의 유감스러운 문제(동결자금)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동결자금 문제가 양국 관계와 이란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면서 "앞으로 한국이 이를 만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내달 임기를 마치는 로하니 대통령은 "그간 한국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동결자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란은 의료·제약 장비와 백신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동결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이란의 권리"라면서 "하루빨리 미국의 불법 제재로 생긴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동결자금 문제로 이란인들이 겪었을 좌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이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으나, 앞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국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란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7천억 원)로 추산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으며,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해왔다.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는 미국의 제재와 핵합의 복원 성사 여부와 관련돼 있다.

이란은 지난 4월 초부터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측과 만나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회담 과정에서 양국은 간접적으로 상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빈 회담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018년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부활시키자 이란도 핵 활동을 일부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미국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해야 제재를 해제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