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은 키워야 할 좌완, 오승환은 후배들 다독일 베테랑"
김경문 감독 "마음 무거운 첫 훈련…현재 멤버로 도쿄행 바람"
김경문(63)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가슴을 누르는 복잡한 심경은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었다.

도쿄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의 첫 훈련은 다소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열렸다.

김경문 감독은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직전, 무거운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김경문 감독과 취재진은 상당한 거리를 둔 채 인터뷰를 했다.

김 감독은 "기분 좋게 대표팀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야구계 선배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NC 다이노스 선수 4명, 한화 이글스 3명, 키움 히어로즈 선수 2명이 호텔에서 사적인 모임을 했다가 팬들의 공분을 산데 따른 것이다.

이 중에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도 2명이 있었다.

NC 내야수 박민우와 키움 투수 한현희는 '사적인 모임' 문제가 불거지자 대표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좌완 신인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우완 마무리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대체 선수로 뽑았다.

대체 선수가 공개된 뒤에도,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들이 오갔다.

올 시즌 맹활약하는 2루수 정은원, 사이드암 불펜 강재민(이상 한화 이글스)의 대표팀 승선을 기대한 팬들이 많았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 대표팀에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

김진욱이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중간 계투로 이동한 뒤에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며 "'한국에 왼손 투수가 없다'고만 말하지 말고,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김진욱 등 젊은 좌완을 키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김진욱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오승환에게는 '경험'을 기대한다.

김 감독은 "지금 한국 야구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큰형이 후배를 잘 다독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은원과 강재민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경문 감독은 "정은원과 강재민이 좋은 선수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대표팀에서 빠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선수를 또 언급하는 건,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두 선수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란스럽게 두 차례의 선수 교체를 단행한 김경문 감독은 "큰 부상이 없다면, 오늘 첫 훈련에 모인 선수들이 도쿄로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경문 감독 "마음 무거운 첫 훈련…현재 멤버로 도쿄행 바람"
싸늘한 여론에 위축된 상태로 훈련을 시작했지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는 디펜딩챔피언(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다.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라며 "(B조 예선) 1, 2차전이 중요하다.

첫 경기 이스라엘(29일)전을 잘 치르고, 미국전(31일)에서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1, 2차전 선발 투수는 확정할 생각"이라며 "두 차례 평가전이 잡혀 있는데 가능하다면 연습경기를 한 번 더 치렀으면 한다"고 바랐다.

주장 김현수(LG 트윈스)는 "성적에 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후배에게 '자신 있게,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고 당부했다"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함께 한) 김경문 감독님과 다시 한번 올림픽에 출전해서 기분 좋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은 도쿄올림픽의 주요 화두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이 논란을 불러 대표팀도 더 긴장한다.

김 감독은 "뉴스에 계속 방역 지침에 관한 말이 나오고 있으니, 선수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싫증을 느낄 정도로 방역 수칙을 강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한 명의 잘못으로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