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플라워, 14곡 작곡·연주…"영감 주는 아티스트 되고파"
데뷔 앨범 낸 한국계 '팝시컬' 피아니스트…"음악 인생 축소판"
2019년 2월,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래퍼 카디 비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민 피아니스트가 화제가 됐다.

이 피아니스트는 블랙 팬서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으로 '머니'를 부른 카디 비 옆에서 힙합 비트를 더한 피아노 선율을 선보였다.

이 피아니스트는 그해 5월엔 소녀시대 출신 가수 겸 배우 티파니 영의 싱글 '런어웨이'(Runaway) 리믹스에 참여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물론 그의 관심사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고, 유엔마약범죄사무소 홍보대사로 유엔 연설에도 참여했다.

유색인종 및 여성 인권 운동과 음악 교육 등 사회적 활동도 겸한다.

이처럼 기존 클래식을 벗어난 파격적 행보로 주목받는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 '팝시컬'(Popsical) 피아니스트 클로이 플라워(36)다.

팝(Pop)과 클래식(Classical)의 합성어인 '팝시컬'도 그가 새로 정의한 장르다.

데뷔 앨범 낸 한국계 '팝시컬' 피아니스트…"음악 인생 축소판"
클로이 플라워는 16일 데뷔 앨범 발매에 맞춰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4개의 수록곡 모두 작곡부터 프로듀싱까지 직접 담당했다"며 "내 음악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플라워는 "한국인의 핏줄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밝혔다.

부모가 늘 아시아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불어넣어 줘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틀을 벗어난 자신의 음악이 '한국계 미국인'이란 삶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백인 공동체에서 완전히 어울리지 못했고,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미국인 같다는 이유로 종종 거부당했다고 고백했다.

클로이 플라워는 "음악을 하면서도 비슷한 운명을 겪은 걸 보면 아마 이런 삶의 과정이 음악적 여정을 미리 예견하고 훈련해 준 게 아닌가 싶다"며 "클래식계에서는 내 음악이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했고, 대중음악계에선 너무 클래식 같다고 했다.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아닌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소리와 모습을 쌓아나가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 제목도 그의 이름과 같은 '클로이 플라워'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오롯이 보여주는 곡들로 구성했는데, 자작곡을 세상에 발표하는 첫 시도이기도 해 긴장된다는 소감도 전했다.

앨범 타이틀곡은 '팝시컬'이다.

이 곡엔 팝과 클래식, 기악을 아우르는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피아노와 현악기, 금관악기 등 소리에 트랩 비트, 신시사이저, 보이스 이펙트 등이 어우러진다.

특히 그는 "클래식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데 복잡하고 풍부한 음색과 작곡 기법은 예술가로서 성장하도록 계속 자극을 준다"며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과 예프게니 키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데뷔 앨범 낸 한국계 '팝시컬' 피아니스트…"음악 인생 축소판"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봉쇄) 후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데뷔 앨범 수록곡을 위해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베이비페이스와 10년간 200곡을 녹음하면서도 매듭짓지 못한 작업을 해냈다.

클로이 플라워는 "한국은 즐겨 방문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올해 가을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듣는 건 꽤 잘하지만, 말하는 것은 여전히 서투르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1년 중 몇 달은 한국에서 지내보는 게 내 인생 소망이기도 하다"며 "한국의 팬들을 너무 사랑하는데 언젠가 내한 공연에서 만나게 될 날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향후 한국 아티스트와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클로이 플라워는 "앨범 수록곡 중 '웬 아이 시 유 어게인'(When I See You Again) 뮤직비디오는 앨범 발매일에 유튜브에 올릴 것"이라며 "한국 사극 드라마와 같은 전통적인 헤어스타일을 참고해 분장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내 음악이 다음 세대의 연주자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
데뷔 앨범 낸 한국계 '팝시컬' 피아니스트…"음악 인생 축소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