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수산물 수작업 하역 부산 감천항 근로자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폭염에 종일 작업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젊은이도 오래 못 버텨"
꽁꽁 언 수산물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안전사고 위험도
[르포] 영하 60도 냉동고에서 나오면 한증막…숨 막히는 하역 현장
"땡볕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수산물을 종일 옮기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됩니다.

"
14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 냉동 수산물 하역작업을 지휘하는 부산항운노동조합 소속 간부의 말이다.

이날 부산에는 엿새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체감 기온이 최고 34.5도까지 올라가는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체온 측정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감천항 동쪽 부두에 들어서자 냉동 참치 운반선 앞에서 근로자 10여명이 참치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십 ㎏짜리 참치부터 100㎏이 넘는 대형 참치를 크기별로 나눠 하역장에 대기 중인 냉동 컨테이너로 부지런히 옮기는 이들의 이마에는 금방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같은 냉동 참치를 만지는 작업이지만 대형 크레인이 운반선에서 참치를 내릴 때까지 땡볕에 서서 기다리며 받은 열기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고역이었다.

한 사람이 하루 2∼3t의 수산물을 분류하고 옮기는 작업을 한다.

[르포] 영하 60도 냉동고에서 나오면 한증막…숨 막히는 하역 현장
15년 경력의 한 근로자는 "땡볕에서 종일 작업을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면서 "젊은이들도 힘들어서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입증하듯 현장 근로자 대다수는 40∼50대였다.

한여름이라 냉동고 안의 작업은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었다.

참치 냉동고의 경우 실내 온도가 영하 55∼60도에 달하는 혹한의 환경이라 방한복을 착용하고도 한 번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이다.

이 때문에 냉동고 근로자들은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실외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혹독한 추위와 뙤약볕을 오가며 순간적으로 90도에 달하는 온도 차를 느끼며 고된 작업을 견디는 이들은 말을 잊은 듯했다.

좁은 냉동고 안에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꽁꽁 언 대형 참치를 크레인 고리에 거는 작업에는 늘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긴장의 연속이라고 부산항운노조 간부가 귀띔했다.

[르포] 영하 60도 냉동고에서 나오면 한증막…숨 막히는 하역 현장
이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꽁치잡이 어선에서 냉동 꽁치를 하역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부산항에 들어온 꽁치라고 했다.

대형 크레인이 30㎏짜리 꽁치 박스들을 내려놓으면 땡볕에 서 있는 근로자 9명이 각각 갈고리로 박스를 찍어 크기별로 분류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냉동 꽁치 박스 더미 옆에서 작업 상황을 소개하는 부산항운노조 간부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무더웠다.

근로자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은 당연한 일인 듯했다.

한 관계자는 "감천항은 냉동 수산물 하역의 특성상 수작업을 많이 해서 근로자들이 추위와 더위를 한꺼번에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