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FcRn 항체를 기반으로 자가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한올바이오파마를 포함해 네덜란드의 아르젠엑스(Argenx) 등 5곳이다. 이 중 개발속도는 최근 임상 3상을 마친 아르젠엑스가 가장 빠르다. 부작용 등의 이유로 임상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한올바이오파마는 기울어진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을까.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의 신약 후보물질 HL161는 적응증 개수만 갑상선 안병증, 중증 근무력증 등 5개이며 각각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의 신약 후보물질 HL161는 적응증 개수만 갑상선 안병증, 중증 근무력증 등 5개이며 각각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현재까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6개를 공개했다. 이 중 3개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자가면역질환은 발생 원인과 기전이 복잡해 글로벌 빅파마를 제외하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곳이 많지 않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인 HL161은 적응증 개수만 갑상선 안병증, 중증 근무력증 등 5개이며 각각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진심’이란 뜻이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2009년 프랑스 바이오텍 노틸러스를 인수하며 확보한 단백질 개량기술을 응용할 곳을 찾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진심인 까닭
한올바이오파마는 단백질이 체내 분해효소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는 기술을 노틸러스를 인수하며 확보했다. 단백질이 분해효소에 저항성이 생기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된다. 박 대표는 “약을 투약하는 간격이 길수록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이 증가한다”며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투약 간격은 4~12주다. 이렇다 보니 약물 지속시간을 늘려 투약 횟수를 줄이는 게 자가면역질환의 필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여기에 분자량이 큰 항체의약품을 고농도로 농축해 피하주사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더하면 경쟁력 높은 치료제가 될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외부 항원을 표적으로 해야 할 항체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이나 분자를 표적으로 할 때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근무력증 등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가령 중증 근무력증은 환자의 항체가 근육의 이완과 수축 작용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해서 생긴다. 항체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표적하면 T세포 등 면역세포가 반응해 이 수용체를 파괴해 버린다. 그 결과, 환자는 수축과 이완에 필요한 근육의 신호체계가 망가지고 중증 근무력증에 걸린다. 박 대표는 “HL161은 체내 항체 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체내 항체 수가 절반 정도로만 떨어져도 자가면역질환 상태는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HL161, 체내 항체 20~40% 낮춰
체내 항체의 반감기는 보통 21일 정도다. 항체의 반감기는 단백질 중에서도 긴 축에 속한다. 까닭은 항체가 쉽게 배출되거나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자량이 적은 단백질은 소변으로 배출되나 항체는 분자량이 15만 달톤에 이르러 소변으로 배출되기 어렵다. 분자량이 큰 단백질은 세포 내로 흡수된 뒤 리소좀(lysosome)에 결합해 분해되는 데 항체는 여기서도 예외로 통한다. 리소좀과 결합해 분해되기 전에 FcRn이란 세포 내 수용체가 항체를 인식해 세포 바깥으로 다시 빼내주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HL161은 이 FcRn 수용체와 결합해 기능을 막는 항체”라며 “세포 안에 들어온 항체가 다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리소좀에 의해 분해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선 HL161 투여 시 항체의 반감기가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투여량을 조절하면 체내 항체 수준을 20~40% 정도로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체내의 항체가 줄어들면 항체가 자기(self)를 공격하는 빈도가 줄어들어 자가면역질환 증세가 호전된다.

박 대표는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임상 3상을 마친 아르젠엑스는 이 적응증에서 우리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다”면서도 “아르젠엑스는 정맥주사를 통해 투약해야 하는데 우린 피하주사로 투약 가능하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FcRn 항체 기반 자가면역 치료제 후보물질 중 자가투여 피하주사 제형은 HL161이 유일하다. 박 대표는 “정맥주사 대비 투약 편의성이 매우 뛰어난 만큼 ‘Best in Class’ 의약품으로서 잠재력은 충분히 갖춘 셈”이라고 덧붙였다.

재개한 임상, 탄력 언제 붙나
업계의 관심은 한 차례 임상이 중단됐다 재개한 HL161의 임상 속도에 쏠리고 있다. 2017년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5억 달러에 HL161을 기술이전받은 이뮤노반트는 지난 2월 임상을 중단했다. 약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증 근무력증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시험은 임상 3상 진입을 앞둔 상태에서 중단됐으며, 갑상선 안병증과 용혈성 빈혈은 임상 2상을 진행하던 도중에 중단됐다. 현재는 이뮤노반트가 지난 6월 임상 재개를 발표한 상태다. 박 대표는 “중증 근무력증의 경우 임상 2상을 다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며 확인된 부작용을 고려해 임상 3상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참여 환자들에게서 콜레스테롤이 증가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을 활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임상 참여 환자 중 고지혈증 때문에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선 콜레스테롤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특히 갑상선 안병증은 표준 치료제가 없는 만큼 스타틴을 함께 처방하는 방법 등으로 리스크를 줄이면 임상 추진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뮤노반트는 올해 말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에 중증 근무력증 임상 3상 시작과 용혈성 빈혈 임상 2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또 별도의 적응증에 대한 2~3개의 추가 임상시험을 1년 내로 개시할 예정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주가는 이뮤노반트와 흡사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Cover Story - part.5 COMPANY]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 나선 한올바이오파마
◎애널리스트 평가
상 재개로 파이프라인 가치 복원해야 by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HL161 갑상선 안병증 2b상에서 문제가 된 LDL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은 작용기전 특성상 갑상선 안병증 질환 특이적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다. 임상이 늦어지긴 했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기업 정보
설립일 1973년 11월
상장 여부 코스피 상장
주요 사업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업
시가 총액 1조1624억 원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