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K 억제제로 세계에서 통하는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 중인 오스코텍이 내년 새 임상에 나선다. 기존 진행 중인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임상에서 내년 초 중간 결과를 확보한 뒤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에 재도전하거나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의 적응증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오스코텍의 대표적 파이프라인인 세비도플레닙은 SYK라는 인산화효소를 억제해 면역세포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표적을 정확하게 겨냥해 독성 문제가 적다.  / 사진=이주현 기자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오스코텍의 대표적 파이프라인인 세비도플레닙은 SYK라는 인산화효소를 억제해 면역세포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표적을 정확하게 겨냥해 독성 문제가 적다. / 사진=이주현 기자
세비도플레닙은 SYK라는 인산화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SYK는 B세포, 대식세포, 호중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산화효소다. 세비도플레닙은 이 SYK를 억제해 이들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미국 라이젤이 개발한 포스타마티닙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면역혈소판감소증(ITP)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포스타마티닙은 다른 표적에도 영향을 미쳐 저해 작용을 일으킨다.

선택성 강화해 부작용 줄이고 용량 늘려
오스코텍의 세비도플레닙은 표적인 SYK를 보다 정확히 겨냥한다. 포스타마티닙보다 SYK 선택성이 뚜렷하다 보니 다른 표적을 건드려서 생기는 독성 문제도 덜하다. 이미 미국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됐다. 1일 2회씩 400mg, 1일 1회씩 600mg 투여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용량을 늘릴 여지가 더 있는 만큼 B세포, 대식세포 등이 영향을 미쳐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들로 적응증을 늘리기도 훨씬 수월하다.

오스코텍은 경구제로 세비도플레닙을 만들어 환자 편의성도 늘렸다. ITP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적응증을 나눠 신약 개발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 2a상에선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스코텍은 원인을 분석하고 임상 전략을 재설정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병원체가 침입하면 선제 대응에 나서는 선천면역체계와 해당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학습해 후속 대응에 나서는 후천면역체계로 나뉘어 있다. SYK는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의 억제에는 관여하지만 후천면역체계의 핵심 면역세포인 T세포의 억제에는 잘 기능하지 못한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초기 자가항체 반응에서 시작해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T세포 위주의 자가면역반응이 관절 연골 등을 잠식해가는 질환이다”며 “SYK 억제제를 통해 B세포, T세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이 중등증 단계인 고용량군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했던 건 초기 면역에 영향을 주는 B세포 억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오스코텍은 다른 바이오의약품이나 기존 치료에 사용되던 항TNF 제제나 JAK 억제제를 병용투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질병 초기에 작용하는 자가항체 반응과 진행단계에서 생기는 염증 반응을 동시 차단해 근원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병용투여 방식의 시장성을 검토한 뒤 류머티즘 관절염 임상의 향후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적응증 선정해 내년 새 임상 진입
ITP 임상은 순항 중이다. ITP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 기능이 혈소판을 파괴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T세포 억제가 핵심인 류머티즘 관절염과 달리 혈소판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의 역할이 더 크다.

회사 측은 내년 초 ITP 대상 임상 2a상의 초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위약군, 저용량 투여군, 고용량 투여군으로 나누어 투약을 진행 중이다”며 “긍정적인 혈소판 수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늘려 새 임상에 나서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재 SYK 억제제가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상업적인 수요가 있는 질환을 모색 중이다.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루푸스 등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들이 새 적응증 후보다. 전문가 자문을 받는 가운데 이미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질환도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환자 수가 많지 않으면서 미국에서 허가받은 약물이 거의 없는 자가면역질환을 선정한 뒤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ITP 치료제 허가를 위한 임상 3상, 류머티즘 관절염 병용 임상,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임상 중에서 우선순위를 숙고 중이다”며 “연내 개발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 2~3분기 신규 임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수가 적은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향후 2~3개 임상을 동시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기술이전 등의 협업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年 1건 신규 임상 진입 목표
오스코텍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SKI-G-801’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AML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미성숙 백혈구가 과다 증식해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이 질환 환자의 35%가량에서 FLT3 인산화효소 돌연변이가 확인되는데 SKI-G-801은 이 FLT3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말기 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예상했던 투약한계용량 대비 2~3배가량 용량을 늘려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임상 종료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오스코텍은 SKI-G-801이 인산화효소의 일종인 AXL에 대해서도 억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살려 항암면역 기반 고형암 치료제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의 전임상 연구를 통해 고형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미국암학회(AACR) 등에서도 이미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만큼 국내에서 추진 중인 임상 절차 진행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해마다 신규 후보물질을 하나씩 개발해 새 임상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7년 상장 후 10여 년간은 해외 임상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는 “아델과 함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타우 항체 ‘ADEL-Y01’도 내년 상반기면 임상 1상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며 “기술도입, 공동개발 등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꾸준히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Cover Story - part.5 COMPANY] 오스코텍, SYK 억제제로 자가면역질환 혁신신약 도전
◎애널리스트 평가
"데이터 잘 나오면 패스트트랙·임상 3상 가능" by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
오스코텍은 세비도플레닙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에선 병용 등을 고려하는 가운데 다른 자가면역질환 적응증에서도 개발 가능성을 찾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ITP 임상 2상에선 참가자 60명 중 39명이 등록을 마친 만큼 데이터가 잘 나오면 패스트트랙 및 허가용 임상 3상도 고려할 수 있다.

기업 정보
설립일 1998년 12월
상장 여부 코스닥 상장
주요 사업 자가면역치료제 및 항암제 개발
시가 총액 1조1921억 원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