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조약 중러 20주년, 북중 60주년에 정상들 '협력' 강조
왕이 "전략적 협력 강화해 신냉전과 집단 대결 배격해야"
중국 전문가 "중러북 유대는 한미일 동맹과 달라…압력 끄떡없어"
'미국 견제' 중국, 우호조약 내세워 북러와 연대강화 잰걸음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우호 협력조약 기념행사 등을 계기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북한과의 전략적 연대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후 유럽과 일본 등 동맹 강화를 통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도 우호조약 연장 등을 계기로 러시아 및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중러 우호 협력조약 체결 20주년 기념일(7월 16일)을 앞두고 미국 등 서방의 압박 속에서 조약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상호 우호적 협력 관계를 재천명했다.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러 우호조약 체결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에서 "양국은 자국의 실정에 맞게 선택한 길을 존중하며 자국의 핵심 이익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냉전사고, 패권주의 등의 낡은 사고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양국은 국제 정세가 아무리 변해도 우호, 협력하는 상생의 초심은 변하지 않으며 상호 지지하는 마음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전략적 협력 공고화, 핵심 이익 공동 수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 견제' 중국, 우호조약 내세워 북러와 연대강화 잰걸음
이에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등에 보여준 중러 간 강인한 협력은 '순금은 제련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중국 격언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로 경색됐던 북중 또한 우호조약 기념일을 계기로 다시 다가서는 분위기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북중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친서를 교환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의지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북중 관계의 전진 방향을 잘 틀어쥐고 두 나라의 친선협조 관계를 끊임없이 새로운 단계로 이끌어나감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에게 더 큰 행복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조중(북중) 친선협조 관계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두 나라 인민의 염원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양국 정상의 축전 교환을 1면에 게재한 데 이어 북한 노동신문의 북중 우의를 강조하는 보도 내용까지 소개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리선권 북한 외무상과 북중 우호 관계가 계속 발전하도록 공동 노력하자는 내용의 축전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지난 9일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를 초청해 우호조약 체결 기념 연회를 열며 북중 관계 중요성을 과시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도 북한대사관 관계자들과 중국 측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러시아, 북한 간의 관계가 최근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들 3국 관계는 한미일 동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미국이 어떠한 압력을 가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북한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대북 압력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등 역내 우방국들을 이용해 긴장 고조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중국은 북한과 안보 협력을 포함해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학 북한·한국 연구센터 주임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축전에 언급한 내용은 북중 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강화될 것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면서 "이는 북중 관계가 분열될 것으로 예상하는 일부 서구 관측통들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정 주임은 "중국은 역내 안전 수호를 위해 특히 북한과 재래식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민생 개선을 위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성공적인 경험과 투자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앞세워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북한까지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해 중러, 북중 연대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력한 견제 카드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