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몰아붙이는 중국…25개 앱 추가 다운 금지
'국가안보' 명분으로 압박…기사용 앱 등 거의 모든 앱 해당
"중국, 디디추싱이 당국 기만하고 미 상장했다 의심"(종합)
중국 당국자들이 자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의 미국 상장을 '의도적 기만 행위'로 여기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는 사정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규제 당국이 디디추싱의 지난달 30일 미국 상장이 '의도적 기만'에 따른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디디추싱에 닥칠 수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당국자들은 디디추싱의 행태를 '양봉음위'(陽奉陰違)로 표현하고 있다.

양봉음위란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을 하지만 뒤로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는 뜻이다.

북한이 지난 2013년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공개적으로 양봉음위를 거론한 것처럼 중국과 북한 등 사회주의권에서 양봉음위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서슬 퍼런 표현이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미국 상장을 자제하라는 충분한 메시지를 줬음에도 디디추싱이 끝내 미국 상장을 강행한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지난 2분기 베이징에서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관계자가 디디추싱 경영진과 만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도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디디추싱에 미국 상장을 유예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냈지만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강행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SCMP에 "비록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은 중국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지만 뉴욕행 강행은 (당국의) 신뢰를 저버리고 분노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간주하는 위치 정보를 다루는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의 자국 기업이 미국 회계 당국이나 외국 대주주에게 민감한 회사 정보를 넘기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9일 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을 통해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5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밤 전격적으로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안보 심사 개시를 선언했다.

그 직후 당국은 디디추싱의 메인 앱 다운로드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디디추싱사 측이 운영하는 거의 모든 관련 앱 다운로드까지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추가로 앱 장터에서 제거되는 앱에는 전문 기사가 아닌 일반인들 간의 차량 공유를 돕는 앱인 '디디순펑처'(順風車), 기사 전용 앱인 '디디차주'·'디디기사-택시 버전'·'디디 대리기사', 차량 내부 화면 기록 앱인 '쥐스(橘視)기록기', 기업용 메신저 앱 'D-chat' 등이 포함됐다.

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들 앱이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서 사이버보안법을 근거로 앱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중국은 민감한 빅데이터를 가진 자국의 대형 기술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더는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발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당국은 사흘 만에 국가 안보 조사에 돌입했다.

디디추싱과 함께 국가안보 조사를 받는 기업인 만방(滿幇)그룹, BOSS즈핀(直聘) 역시 지난 5월 이후 잇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다.

중국 당·정은 지난 6일 공동으로 발표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에서 향후 자국 주식회사가 외국에서 주식을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미국 증시 상장 제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