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vs "강력 범죄자 더 많이 체포해야"
독립기념일 연휴 100여명 피격 시카고…경찰-사법기관은 '네탓'
미국 시카고에서 총기폭력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찰과 사법기관이 그 원인을 놓고 서로 화살을 돌리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은 올해 범죄율이 급증한 데 대해 "사법기관이 보석금을 너무 낮게 책정하거나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범죄자들을 쉽게 풀어준 탓"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책임을 돌렸다.

시카고에서는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에도 어린이 13명 포함 100여 명이 총에 맞아 최소 19명이 숨지는 등 총기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 것까지가 경찰의 일"이라면서 "대다수 폭력 범죄자와 불법 총기 소지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난다.

거칠 것 없는 용의자들은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을 2차 피해 대상으로 삼는다.

폭력이 순환되고, 불안전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모시 에반스 쿡 카운티 법원장은 브라운 청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에반스 법원장은 "개별 사례에 기반한 추측은 실제 현실과 다르다.

보석금을 낮춰 책정한다고 범죄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킴 폭스 쿡 카운티 검사장도 "경찰이 폭력범죄 용의자들을 제대로 잡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전과 기록이 없는 단순범들만 검거하지 말고 강력 범죄자들을 더 많이 체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대 의견에 브라운 경찰청장 물러서지 않았다.

브라운 청장은 "최근 살인혐의로 기소된 90여 명이 전자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석방돼 지역사회로 돌아왔다"며 "경찰의 실적이 부진하다면 더 일을 시키겠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연휴 244자루의 불법 총기를 압류하고 용의자 86명을 체포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시카고 경찰이 하는 일을 다른 누구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주말 2명의 경찰관이 또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올해 시카고 범죄율은 1990년대 중반 이래 최악을 기록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고, 브라운 청장과 로리 라이트풋 시장(58·민주)은 앞서도 여러 차례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시카고 치안 실태가 악화 일로를 걷자 일부 시의원은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주방위군 배치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브라운 청장은 시카고 범죄율 급증과 관련해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폭력범죄가 증가세"라며 시카고 외에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등 대부분 대도시에서 범죄율이 극적으로 상승했다고 해명했다.

시카고에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최소 2천100명이 총에 맞아 350여 명이 숨졌다.

총기 외 폭력을 포함하면 살인 사건 피해자는 380명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