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빠져나가자 문 연 오일장…태풍 극복한 농장 또다시 재건 채비
[르포] "그래도 살아야죠"…장맛비 잠긴 전남서 복구 구슬땀
"그래도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
기록적인 장맛비에 침수 피해를 본 전남 진도군 진도읍 조금시장의 그릇 상인 김종배(67) 씨는 7일 팥죽땀이 흥건한 얼굴로 손님을 맞았다.

조금시장은 전날 허벅지 높이까지 차올랐던 흙탕물이 빠져나가면서 이날 예정된 오일장을 열었다.

김씨는 진흙으로 뒤덮인 가게 내부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손님이 찾아오면 선반 위쪽에 멀쩡한 상태로 남은 물건을 팔았다.

엉망인 가게 사정을 아는 손님은 개의치 않고 필요한 물건을 사 갔다.

1만원 남짓한 돈, 물건을 담은 비닐봉지, 거스름돈을 주고받으면서 김씨와 손님의 손에는 흙탕물이 함께 묻었다.

[르포] "그래도 살아야죠"…장맛비 잠긴 전남서 복구 구슬땀
육군 31보병사단 장병, 의무경찰대원, 자원봉사자도 상인들의 일상 회복에 힘을 보탰다.

장병 등은 씻어내면 팔 수 있는 물건을 진흙탕 속에서 꺼내 시장 야외지붕 아래에 한데 모았다.

비가 완전히 멈추고 해가 뜨면 굵은 호스를 끌어다가 씻어낼 물건들이다.

복구에 나선 장병 등의 웃옷과 마스크도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금세 땀으로 흥건해지고 흙탕물로 얼룩이 졌다.

진도와 인접한 해남에서도 수해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이틀간 529.5㎜가 내린 해남군 현산면에서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속에서 복구가 시작됐다.

[르포] "그래도 살아야죠"…장맛비 잠긴 전남서 복구 구슬땀
김선옥(53) 씨는 쓰레기장으로 변한 농막에서 내다 버릴 폐기물과 수습할 가재도구를 분류하며 오전을 보냈다.

김씨는 무화과와 백향과를 기르는 비닐하우스 9개 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그가 기르던 과일은 모두 이달 말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3개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수해를 겪었다.

가을과 겨울, 봄을 거쳐 과수를 재건한 김씨는 다시 빈손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물에 잠긴 무화과와 백향과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흙탕물을 닦아낸다고 해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르포] "그래도 살아야죠"…장맛비 잠긴 전남서 복구 구슬땀
그는 "비닐하우스 뼈대만 빼고 농장을 처음부터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남도는 최근 이틀간 남부지방에 집중된 장맛비로 인해 벼논 2만4천524㏊, 밭 116.3㏊, 과수원 4.3㏊ 등 농경지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주택은 142동이 물에 잠겨 이재민 44세대 57명이 발생했다.

축사 농가 115곳도 침수돼 소, 닭, 돼지 등 가축 21만마리가 폐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