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술대 오른 국민지원금 80%…커트라인 바뀔까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의해 결정한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80%에서 배제된 계층의 반발이 거센데다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문제 등 갈수록 커지는 형평성 시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내용이 다시 뒤바뀔 경우 정책의 신뢰성 문제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민주당 수술대에 오르는 커트라인 80%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 의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을 당정이 소득 하위 80%로 결정한 것과 관련 "오는 7일 의원총회를 열어 80%로 할지, 90%로 할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현재 보편과 선별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도 조사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고 공유하며 의원들의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겠다"면서 "정부는 80% 안을 올리겠지만 예산을 짤 때 정부 원안대로 가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의원 총회를 통해 전국민 지급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지급 기준이 될 건강보험료의 직장·지역가입자 문제, 맞벌이 부부 문제 등 형평성 논란도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소비 진작 차원에서 내놓은 1조1천억원의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의 사용처도 손을 보겠다는 태세다.

애초 당정 협의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명품 전문매장에서의 소비는 제외하기로 했으나 10만원을 캐시백으로 돌려받기 위해서는 100만원의 추가 소비를 해야 하는데 전통시장이나 음식점에서 소비를 일으키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 가전제품 매장 등으로 용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민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의원 총회 등을 통해 모든 게 뒤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도 이미 이런 의향을 밝혔었다.

송 대표는 지난달 27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과 관련 "정부에서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의원들은 전국민 지원금에 더 많은 의견을 보이고 있어서 의원총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 '선별 vs 전국민' 갈등 재연 가능성
민주당 의원 총회가 열릴 경우 다시 '선별 지급이냐 전국민 지급이냐'를 놓고 한바탕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경제 정책을 둘러싼 대선 예비후보들의 노선 투쟁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국민 지급에 찬성하고 있고,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은 선별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낸 국민을 배제하지 말고 공평하게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재난의 고통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이 공평이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단순 논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국민 지급 목소리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정청래·진성준 등 개혁성향 의원 27명과, 의원 50여명이 참여한 당내 진보 성향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 의원 42명이 소속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요구했다.

중복을 빼면 85명 이상으로 전체 민주당 의원의 절반을 넘는다.

더미래 대표인 위성곤 의원은 "캐시백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일부러 국민을 구분하려는 것 아니냐"며 "방역에 함께 참여했는데 누구는 돈을 더 써야 주겠다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을 포함한 올해 2차 추경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물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다듬을 수 있지만 기본 틀이 바뀔 경우 '그럴 거면 당정 협의는 왜 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당정이 협의해 정책을 일단 결정했다면 밀고 나가야지. 자주 바뀌면 정책 신뢰성과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소득 하위 80%의 기계적 적용과 직장가입자의 경우 애초 소득만 기준으로 했다가 정부가 고액자산가를 컷 오프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 등에 대한 비판 의견도 이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기준 연 소득 7만5천달러(부부기준 15만달러) 이하 국민에게 1인당 1천400달러를 지급하고 그 이상은 늘어나는 소득에 따라 감액해 국민 90% 정도에게 지급했다"면서 "소득 하위 80%는 지급하고 81%는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무 자르듯 하기보다 좀 적은 금액이라도 80∼85%까지 지급하는 등 경계점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 자산까지 기준에 포함할 것이냐 여부도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 애초 충분한 논의를 거쳐 명확하게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지급 방식은 1인 가구에게 가혹하게 설계된데다 맞벌이 가구,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의 배제, 소득이 많게 잡힌 피해 자영업자 배제 문제 등으로 혼선과 국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면서 "차라리 상생소비지원금 1조1천억원 등을 국민지원금에 합쳐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