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트 총리 소속정당서 이탈표…언론 "연정 큰 타격 받아" 12년 넘게 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71) 전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출범한 이스라엘의 '무지개 연정'이 연정 내 이탈 세력 때문에 첫 주요 입법에서 좌절을 맛봤다.
6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는 이날 새벽 '시민권 및 이스라엘 입국법' 개정안을 표결 끝에 찬성 59표, 반대 59표로 부결 처리했다.
'가족 재회법', '시민권법' 등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 국민과 결혼을 통해 자동으로 이스라엘 시민권을 부여받고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2003년 한시법 형태로 처음 제정됐고, 이후 지속해서 연장 입법이 이뤄져 왔다.
입법 취지는 적대적인 팔레스타인 주민 또는 테러범의 이스라엘 입국을 막아, 인구 유입을 통제하고 '유대 민족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실제로 첫 입법 이전 10년간(1993년∼2003년) 13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결혼 등을 통해 이스라엘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법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 법이 국제 인권 협약을 위반했다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출범한 연정은 법 시한을 앞두고 연장법안을 제출했지만,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인 라암, 좌파 정당 메레츠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법 연장을 주도한 아옐레트 샤케드 내무부 장관 등이 연정 내 반대파 설득에 나섰고, 표결을 앞두고는 법 연장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등 타협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이탈표는 새 연정의 첫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와 내무 장관 샤케드가 대표와 부대표로 있는 우파정당 야미나에서 나왔다.
크네세트 의원들의 밤샘 논쟁 끝에 시민법 시한인 이날 새벽 진행된 표결에서는 연정에 참여하는 8개 정당 62명의 의원 가운데 라암 소속 의원 2명이 기권했고, 야미나 소속 아미차이 시클리 의원은 반대표를 던져 법안을 부결시켰다.
시클리 의원은 우파와 좌파, 중도, 아랍계 정당이 뒤섞인 연정 자체를 반대했던 인물이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주도하는 리쿠드당 등은 집권 당시 이 법안을 연장해왔으나, 연정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법 개정 무산이 연정에 큰 타격을 줬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베네트 총리는 이번 표결 자체를 연정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적 불안 속에 지난 2년여 동안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지난 3월 총선에서는 네타냐후 주도의 리쿠드당이 원내 최대정당이 되었으나 우파 연정을 고집하다가 결국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이후 연정 구성 권한을 이어받은 중도성향의 원내 제2정당 야이르 라피드를 중심으로 우파와 좌파, 아랍계가 동거하는 연정이 출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