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전 4-4 동점 8회말 1사 만루서 추신수, 최정 연속 삼진 처리
루키 김진욱 "추신수 선배 삼진, 평생 자랑할 일 생겼어요"(종합)
"친구들에게 평생 자랑할 일이 생겼습니다.

"
마스크에 가렸지만,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은 웃고 있다는 걸 취재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2002년생 루키 김진욱은 한국 야구를 빛낸 '빅리거' 추신수(39·SSG 랜더스)와 절체절명의 승부를 벌여, 삼진을 잡았다.

그의 말처럼, 평생 자랑할만한 일이었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의 방문 경기, 롯데는 4-4로 맞선 8회말 무사 1, 2루에서 좌완 루키 김진욱을 마운드에 세웠다.

김진욱은 첫 타자 최지훈은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롯데 3루수 한동희가 공을 재빠르게 3루에 도달한 유격수 딕슨 마차도에게 송구해 선행 주자를 잡았다.

1사 1, 2루에서 김진욱은 최주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에 몰렸다.

최지훈, 최주환과의 승부는 '명승부의 예고편'이었다.

김진욱은 메이저리그에서 1천652경기에 출전해 1천671안타와 218홈런을 친 추신수와 생애 처음으로 맞대결했다.

경기 뒤 만난 김진욱은 "중요한 순간에 추신수 선배와 맞붙었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루키는 과감했다.

초구 시속 146㎞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집어넣었고, 공은 추신수의 배트에 살짝 닿은 뒤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2구째도 시속 146㎞ 직구였다.

추신수는 배트를 헛돌렸다.

김진욱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와 높은 직구로 추신수를 유혹했지만, 추신수는 볼 2개를 잘 골라냈다.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김진욱은 다시 한번 시속 146㎞ 직구를 던졌고 추신수는 헛스윙했다.

삼진을 당하고 1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추신수의 표정을 굳어 있었다.

김진욱은 "포수 지시완 선배의 사인을 보고 던졌다.

직구 타이밍에 타자 스윙이 조금 늦는 것 같아서, 지시완 선배가 직구 사인을 냈다"며 "만루 상황이니까, 3볼-2스트라이크에 몰리지 않고자 애썼다.

그래서 더 스트라이크존에 집어 넣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삼진을 잡았다"고 전했다.

기세가 오른 김진욱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개인 통산 388홈런을 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타자 최정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롯데는 9회초 2점을 뽑아 6-4로 승리했다.

추신수와 최정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막은 김진욱은 프로 무대 2승(5패)째를 수확했다.

루키 김진욱 "추신수 선배 삼진, 평생 자랑할 일 생겼어요"(종합)
김진욱은 마운드 위에서는 선배들의 명성에 눌리지 않고자 애썼다.

연속 삼진이란 결과가 나오니, 평생 자랑할만한 일이 생겼다.

추신수가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2001년에 김진욱은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미국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리그 무대에 입성한 추신수는 20년의 국외리그 생활을 마감하고, 2021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로 왔다.

고교 시절 '완성형 투수'로 불린 김진욱은 추신수의 고향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돼 2021년 프로 무대에 발을 내밀었다.

'스무 살 차이' 타자와 투수의 대결이 마침내 성사됐고, 2002년생 김진욱이 1982년생 추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입단할 때 받은 기대보다, 출발이 다소 더딘 김진욱에게도 힘이 되는 경기였다.

선발로 정규시즌을 시작한 김진욱은 6월부터 중간 계투로 이동했다.

올 시즌 성적은 2승 5패 평균자책점 8.56이다.

김진욱은 "볼넷이 많고, 내가 좌투수인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308)이 너무 높다.

배우고 고쳐야 할 게 정말 많다"며 "그래도 최근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구속도 올라갔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이승현(삼성 라이온즈) 등 함께 입단한 친구들이 잘해서 동기부여도 된다"고 했다.

김진욱의 프로야구 생활은 이제 1회초다.

반등을 꾀하는 시점에서 자랑할 일도 생겼다.

김진욱은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