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문화재'에 논문 실려…"110년 전 도면과 비교"
"창덕궁 후원 동선, 13개만 원형 유지…24개는 소멸·신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꼽히는 창덕궁 후원의 동선을 110년 전과 비교하면 13개만 원형이 유지됐고, 14개는 소멸했으며 10개는 신설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산전문대학원 김충식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하태일 씨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펴내는 학술지 '문화재' 최신호에 수록한 논문에서 1911년 무렵 제작된 '창덕궁 평면도'와 이후 만들어진 시기별 도면, 서울시가 1972∼2017년에 촬영한 항공사진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저자들은 "1911년 이후 창덕궁 후원에 존재한 동선은 모두 37개"라며 "그중 후원 입구∼부용지, 후원 입구∼주합루, 관람지∼반월지∼옥류천, 능허정 남쪽 진입로, 승재정∼존덕정, 주합루 북서쪽 계단 등 13개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구간들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창덕궁 후원의 주요 지점과 전각을 연결하는 곳으로, 꾸준히 이용해 과거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도면에는 존재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동선은 후원 진입로, 영화당∼주합루, 연경당 북동쪽∼빙천, 관람지 동쪽∼옥류천, 옥류천 진입로, 능허정 북쪽 원로, 청심정 진입로, 연경당 서쪽 계단 등 14개로 집계됐다.

저자들은 "수요가 줄어들거나 의도적 정비로 인해 변형된 것 같다"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창덕궁과 창경궁 모습이 훼손됐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후원 동선에서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보수공사가 이뤄진 1970∼1980년대였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후원 동선은 연경당 북서쪽∼빙천, 주합루∼옛 선원전, 존덕정 북쪽 소로, 능허정 북쪽 진입로 등 10개였다.

그중 4개는 일제강점기에 신설됐고, 4개는 1970년대 이후 생겨났다.

2개는 변화 시기를 알 수 없었다.

저자들은 "멸실 구간 중에서도 능허정 북쪽 원로는 후원 공간을 연결하고, 경관 향유를 위해 시급히 회복해야 할 곳으로 판단된다"며 "신설 구간 중에서는 대보단지∼옥류천 구간이 지형을 훼손하고 경관을 저해하고 있어서 복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창덕궁 후원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자료에 기반한 면밀하고 사실적인 고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람 체계, 화재와 범죄 예방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서도 옛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정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창덕궁 후원 동선, 13개만 원형 유지…24개는 소멸·신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