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 언론인 출신 인사 만나 인맥형성 도움
110억대 사기로 다시 구속…김무성 형까지 등쳐
잡범서 사기꾼으로…자칭 수산업자의 사기 행각
현직 중견 검사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한 자칭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는 과거에는 푼돈이나 가로채고 다니던 '잡범'이었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사칭하며 수십만∼수천만원 단위 사기를 치는 수준이던 그는 교도소 수감 시절 언론인 출신 A씨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유력 정치인 가족까지 속여 수십억원을 받아 챙기는 대담한 사기꾼으로 발전했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씨의 사기행각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던 그는 공탁 비용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변호사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회생·파산절차를 진행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2008∼2009년 36명에게서 1억6천만원을 가로챘다.

가입 신청서나 계약서를 위조해 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정수기 임대 서비스를 받는 등 이른바 '생계형 사기'도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그는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검거돼 2016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돼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김씨는 '특이한 것 없는 잡범'이었다고 한다.

김씨 사건에 관여했던 한 법조계 인사는 "김씨가 정치인이나 언론인, 유력인사와의 인맥을 과시하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겉으로는 점잖아 보였지만 말만 늘어놓는 전형적 사기꾼이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오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피해 금액을 변제하지 못해 합의하지는 못했다"며 "자신이 사기 친 것을 갚을 능력도 없는 대책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출소 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이번엔 1천억원대 유산을 상속받고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어선 수십 척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한 재력가로 스케일을 끌어올렸다.

그는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을 한다며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는 방식으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7명으로부터 116억여원을 가로챘다.

피해자 가운데는 86억5천만원을 사기당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었다.

김씨는 포항에서 조선소를 운영한다거나 수산물 가공업체 운영자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다녔으나 모두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는 각종 사회단체도 대부분 실체가 없거나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유력 정치인 가족에게까지 접근해 사기를 칠 수 있었던 데는 교도소 수감 때 연을 맺은 언론인 출신 A씨와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A씨는 오랜 세월 기자로 일하면서 정치권 등 각계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실제 정치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김씨가 유력 정치인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인물이다.

김무성 전 의원과 그의 친형을 김씨에게 소개한 이도 A씨다.

김씨는 A씨의 도움을 발판삼아 유력인사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주변인들의 신뢰를 얻어 투자금을 모으고 인맥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의 인맥 형성에 도움을 준 A씨조차 오징어 사업 사기에 끌어들여 17억5천만원을 가로챘다.

김씨와 만난 적 있다는 정치권 인사는 "김씨가 각 분야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며 "모임이 끝나면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여기저기 돈도 주고 하는 사람인 듯했다"고 말했다.

잡범서 사기꾼으로…자칭 수산업자의 사기 행각
사기 혐의로 다시 구속된 김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관, 전·현직 언론인 등을 소개받아 알고 지내며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현직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와 관련됐다는 인사들의 면면이 차례로 알려지자 고향 포항은 물론 전국이 술렁거리고 있다.

경찰은 최근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최근 경질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금품 공여자인 김씨도 함께 입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