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분사 소식으로 급락했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루 만에 안정됐다. 분할로 자회사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악재를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SK이노 '분할 쇼크' 진정세…증권업계 "급락이 매수 기회"
2일 SK이노베이션은 전날과 같은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데이’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 분할 검토 사실을 밝혔다. LG화학처럼 배터리 사업 부문을 따로 떼내 상장하겠다는 얘기다. 시장이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면서 주가는 8.80% 급락했다. 스토리데이 이후 10개 증권사에서 관련 리포트를 쏟아냈다.

증권사들은 분할 리스크 자체보다는 배터리 사업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데 주목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0기가와트시(GWh)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이면 배터리 부문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이면 배터리 생산능력이 삼성SDI(153GWh)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또 배터리 수주잔액이 기존 80조원에서 130조원(1000GWh)으로 62.5% 증가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수주잔액 확대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며 “물적분할 우려가 매우 긍정적인 뉴스를 희석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도 지나치게 낮다고 증권사들은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기업 가치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는 5조원 내외다. 시가총액의 20% 미만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시가총액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가 40조~45조원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사업 가치를 기존 2조9000억원에서 13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다른 이유는 물적분할까지의 시간이다. 분할 논의는 내년도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한 다음 이뤄질 수 있다.

이날 리포트를 낸 10개 증권사 중 현대차증권이 유일하게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췄다. 물적분할이 결정되면 배터리 사업 부문 할인율이 최대 50%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근거했다. 다만 물적분할이 없을 경우의 목표주가는 36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