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손흥민은 보호하고 아껴야 할 선수…부상 우려에 제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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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가면 어느정도 '혹사' 불가피…밤새 고민해"
안홍석 기자 "손흥민을 안 뽑은 이유는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61) 감독이 최종명단(22명)에 손흥민(토트넘)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를 선수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2일 마지막으로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됐다.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김 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인 손흥민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올해(올 시즌)만 해도 굉장히 많이 뛰었다.
51경기, 3천996분을 뛰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까지 소화하다간 '혹사'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이어 "손흥민은 EPL 무대에서도 약간의 이상 징후들이 감지됐다.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빡빡한 올림픽 일정 봤을 때 보호해야 할 선수는 우리가 못 쓰더라도 보호해야 한다"라며 "큰 인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밤새 고민하며 결정했다.
다시 한번 손흥민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 "사실 내 입장에서 보면, 손흥민을 뽑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라면서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했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하고 모든 책임도 내가 지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멤버가 확정됐다.
이전 소집훈련이 테스트라면, 이제는 목표를 위한 훈련을 해야 할 때다.
▲ 전에는 체력훈련 위주로 얼마나 이겨낼 수 있냐를 지켜봤다면, 이제부터는 맞춤형 훈련이다.
상대가 다 나왔고 상대 경기 운영과 특정 선수 컨트롤 방향, 이런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이다.
-- 평소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이강인이 어리지만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전담 키커도 했는데, 이번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 (이강인이 오기 전에는) 왼발잡이는 이동경(울산) 한 명뿐이었다.
오른발은 얼마든지 됐었는데 왼발의 경우 이동경이 최근에 계속 A대표팀에 뽑혀 활용 못 했다.
이번에는 (이강인까지 포함해 왼발잡이가) 3명이다.
그래서 여러 각도의 세트피스 훈련을 준비하겠다.
왼발잡이 선수들을 활용한 전술이 많을 것이다.
-- 엔트리가 22명으로 늘어났다.
▲ 늘어나도 운영 방향에는 변함없다.
여태껏 같이해온 선수들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팀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은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 선수들을 로테이션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 원래 주장을 하던 이상민(이랜드)이 추가 발탁으로 돌아왔다.
이상민이 빠지면서 정태욱(대구)에게 주장을 맡기겠다고 했는데, 다시 바뀌는 건가.
▲ 그건 아직 고민 안 해봤다(웃음). 조금만 일찍 결정이 났어도 이런 어려움은 안 겪었을 것이다.
진짜로 힘들게 결정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 황당하다.
주장을 어떻게 할지는 코치진 회의 통해 결정하겠다.
-- 다시 뽑힌 4명은 '내가 떨이인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텐데.
▲ 내가 그 친구들에게는 먼저 사죄부터 하려고 한다.
이틀간 많은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팅할 때 미안하다고 하겠다.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하겠다.
--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구단으로부터 차출 허락을 받은 손흥민을 결국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많다.
설명을 해달라.
▲ 손흥민한테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굉장히 미안하다.
손흥민은 의지를 보여줬다.
나에게 직접 전화해서 (구단으로부터) 허락받았다고까지 말했다.
손흥민을 뽑는 것은 나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런데도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손흥민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인성을 좋게 평가한다.
올림픽 대표팀 훈련 과정과 스케줄, 도쿄에서의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혹사'를 시켜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손흥민은 근육이 좋은 선수지만, 리그를 뛰면서 이상 징후를 조금 보였다.
지난 시즌 3라운드와 29라운드에 다쳤다.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림픽을 뛸 경우)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내가 책임질 일만 하고 싶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51경기, 3천996분을 뛰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A대표팀 일원으로) 9월 월드컵 최종예선도 뛰어야 한다.
밤새 고민했다.
한국 축구의 큰 인재를 잃을까 염려했다.
-- A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조 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박지성도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다.
박지성은 조금만 더 관리해 줬어도 대표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 대표팀들은 2~3시간만 이동하면 되는데 한국은 한 번 오갈 때마다 7,000㎞ 이상 이동하고 시차 적응 없이 경기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동 팀들과 경기를 하면, 잘 안 풀리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을 잘 극복하면, 나쁘지 않은 조 아닌가 싶다.
/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손흥민을 안 뽑은 이유는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학범(61) 감독이 최종명단(22명)에 손흥민(토트넘)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를 선수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대회를 앞두고 2일 마지막으로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됐다.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김 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인 손흥민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올해(올 시즌)만 해도 굉장히 많이 뛰었다.
51경기, 3천996분을 뛰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까지 소화하다간 '혹사'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이어 "손흥민은 EPL 무대에서도 약간의 이상 징후들이 감지됐다.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빡빡한 올림픽 일정 봤을 때 보호해야 할 선수는 우리가 못 쓰더라도 보호해야 한다"라며 "큰 인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밤새 고민하며 결정했다.
다시 한번 손흥민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 "사실 내 입장에서 보면, 손흥민을 뽑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라면서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했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하고 모든 책임도 내가 지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멤버가 확정됐다.
이전 소집훈련이 테스트라면, 이제는 목표를 위한 훈련을 해야 할 때다.
▲ 전에는 체력훈련 위주로 얼마나 이겨낼 수 있냐를 지켜봤다면, 이제부터는 맞춤형 훈련이다.
상대가 다 나왔고 상대 경기 운영과 특정 선수 컨트롤 방향, 이런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이다.
-- 평소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이강인이 어리지만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전담 키커도 했는데, 이번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 (이강인이 오기 전에는) 왼발잡이는 이동경(울산) 한 명뿐이었다.
오른발은 얼마든지 됐었는데 왼발의 경우 이동경이 최근에 계속 A대표팀에 뽑혀 활용 못 했다.
이번에는 (이강인까지 포함해 왼발잡이가) 3명이다.
그래서 여러 각도의 세트피스 훈련을 준비하겠다.
왼발잡이 선수들을 활용한 전술이 많을 것이다.
-- 엔트리가 22명으로 늘어났다.
▲ 늘어나도 운영 방향에는 변함없다.
여태껏 같이해온 선수들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팀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은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 선수들을 로테이션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 원래 주장을 하던 이상민(이랜드)이 추가 발탁으로 돌아왔다.
이상민이 빠지면서 정태욱(대구)에게 주장을 맡기겠다고 했는데, 다시 바뀌는 건가.
▲ 그건 아직 고민 안 해봤다(웃음). 조금만 일찍 결정이 났어도 이런 어려움은 안 겪었을 것이다.
진짜로 힘들게 결정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 황당하다.
주장을 어떻게 할지는 코치진 회의 통해 결정하겠다.
-- 다시 뽑힌 4명은 '내가 떨이인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텐데.
▲ 내가 그 친구들에게는 먼저 사죄부터 하려고 한다.
이틀간 많은 좌절감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팅할 때 미안하다고 하겠다.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하겠다.
--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구단으로부터 차출 허락을 받은 손흥민을 결국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많다.
설명을 해달라.
▲ 손흥민한테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굉장히 미안하다.
손흥민은 의지를 보여줬다.
나에게 직접 전화해서 (구단으로부터) 허락받았다고까지 말했다.
손흥민을 뽑는 것은 나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런데도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손흥민을 존경하고 좋아하고 인성을 좋게 평가한다.
올림픽 대표팀 훈련 과정과 스케줄, 도쿄에서의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혹사'를 시켜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손흥민은 근육이 좋은 선수지만, 리그를 뛰면서 이상 징후를 조금 보였다.
지난 시즌 3라운드와 29라운드에 다쳤다.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림픽을 뛸 경우)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내가 책임질 일만 하고 싶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51경기, 3천996분을 뛰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A대표팀 일원으로) 9월 월드컵 최종예선도 뛰어야 한다.
밤새 고민했다.
한국 축구의 큰 인재를 잃을까 염려했다.
-- A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조 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박지성도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다.
박지성은 조금만 더 관리해 줬어도 대표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 대표팀들은 2~3시간만 이동하면 되는데 한국은 한 번 오갈 때마다 7,000㎞ 이상 이동하고 시차 적응 없이 경기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동 팀들과 경기를 하면, 잘 안 풀리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을 잘 극복하면, 나쁘지 않은 조 아닌가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