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기념식 참석, 다시 중국 당국의 마음을 얻은 신호"
'분서갱유 비판' 中메이퇀 창업자, 위기모면?…당 기념식 참석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시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중국 최대 배달 서비스 플랫폼 메이퇀(美團)의 왕싱(王興·42)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1일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제2의 마윈(馬雲)'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속에 몸을 바짝 낮췄던 그가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그와 메이퇀이 다시 중국 당국의 마음을 얻은 신호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왕 CEO는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이 방송 생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메이퇀은 마윈의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당국의 두 번째 공식 반독점 조사 대상 기업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5월 6일 왕 CEO는 중국 SNS인 판퍼우(飯否)에 당나라 시인 장갈(章碣)이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28자로 된 이 한시는 "책 태운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 산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유방과 항우는 원래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 이 시는 체제 비판적인 시로 여겨진다.

현지에서는 왕 CEO가 이 한시를 통해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당 글이 게재된 후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 주가는 7.1%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160억 달러(약 17조9천억원)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왕 CEO는 해당 한시가 중국 인터넷업계의 치열한 경쟁에 관한 것이었으며, 정부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의 약 10%인 23억 달러(약 2조 1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자신의 교육·과학 연구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사회 발전과 국가 어젠다에 기여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해당 기부가 이뤄졌다.

메이퇀은 반독점 조사로 최대 7억 달러(약 7천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샤오미의 창업주이자 CEO인 레이쥔(雷軍)과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쉬자인(許家印) 회장도 참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