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투수 최다 902경기 출전…9회 두산 양석환에 만루홈런 허용
헌신과 자기관리 노력은 평가절하될 수 없어…다시 일어나 던질 것
정우람, 역사적 경기서 '최악' 투구에도…혹사 이겨낸 '고무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36)은 지난달 30일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 4-3으로 앞선 9회초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KBO리그 투수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정우람은 류택현(은퇴)이 갖고 있던 KBO리그 투수 최다 출전 기록을 902경기로 경신했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렵다.

정우람의 기록은 독보적이다.

현재 현역 투수 중 7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600경기 이상 소화한 투수도 LG 트윈스 진해수(35·681경기), LG 송은범(37·648경기), 두산 베어스 이현승(38·617경기)뿐이다.

해당 선수들의 나이와 등판 페이스를 고려하면, 정우람의 기록을 깨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KBO리그보다 한 시즌 18경기를 더 치르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비교해도 정우람의 기록은 특별하다.

MLB 현역 투수 중 정우람보다 많은 경기에 등판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MLB 역사에서 900경기 이상 출전한 투수도 단 26명에 불과하다.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은 1979년부터 2003년까지 통산 1천252경기에 등판한 제시 오로스코로가 갖고 있다.

정우람의 기록엔 헌신과 희생의 가치가 녹아있다.

2004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프로 데뷔한 정우람은 군 생활을 한 2013~2014년을 빼면 매년 꾸준한 모습으로 제 몫을 다했다.

그는 때와 장소, 상황을 가리지 않고 공을 던졌다.

3년 차였던 2006년엔 무려 82경기에 등판했는데, 2년 뒤인 2008년엔 85경기에 출전해 KBO리그 한 시즌 최다 경기 출전 타이기록을 쓰기도 했다.

2010년엔 무려 102이닝, 2011년엔 94⅓이닝을 소화했다.

순수 불펜 등판으로 세운 기록이다.

주변에선 혹사 논란이 일었지만, 정우람은 무너지지 않았다.

팬들은 힘든 환경에도 끊임없이 공을 던진다며 '고무팔'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2016년 한화로 새 둥지를 튼 뒤에도 정우람은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8년부터 이어온 한 시즌 5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을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이어갔다.

지난해엔 트레이드설 논란에도 50경기에 나와 54⅓이닝을 책임졌다.

정우람은 올해도 변함없이 한화의 뒷문을 지킨다.

팀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고, 등판 기회를 잡기 어렵지만, 정우람은 묵묵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정우람은 30일 두산전에서도 조용히 등판해 이를 악물었다.

안타깝게도 정우람은 대기록 수립 경기에서 소감을 밝힐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는 9회 상대 팀 양석환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⅓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5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필이면 역사적인 경기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 아픔이 배가 됐다.

그러나 정우람의 기록과 선수 인생은 단 한 경기 결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는 다시 일어나 공을 던질 것이다.

정우람의 기록 경신은 계속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