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특수고용직(특고) 12개 직종에도 고용보험이 확대 적용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고용안전망 울타리가 대폭 확대되지만 고용보험기금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새로 추가되는 특고 고용보험 기금을 기존 근로자가 모아놓은 기금과 통합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근로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특고 실업급여를 대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근로자 돈으로 왜 지급하나"…특고 실업급여 형평성 논란 여전
정부는 우선 특고 고용보험 확대와 관련해 당초 계획한 14개 특고(산재보험 적용) 직종에서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기사, 골프장 캐디를 제외하고 방과후강사를 추가, 12개 직종 특고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고용보험에 가입시킬 계획이다.

12개 직종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방문판매원, 화물차주 등이다.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기사는 내년 1월로, 골프장 캐디는 추후 논의 대상으로 돌렸다.

특고 고용보험은 월 보수액이 80만원 이상일 때 가입할 수 있다. 생계 목적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겠다는 취지로, 둘 이상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고 월 보수액이 합계 8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고용보험료율은 1.4%,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직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월 보수총액의 60%, 상한액은 하루 6만6000원으로 근로자와 동일하다.

문제는 소득이 줄어 일을 그만둔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직일이 속한 달의 직전 3개월 보수가 전년 동일 기간보다 30% 이상 줄거나 직전 12개월 동안 전년도 월평균 보수보다 30% 이상 감소한 달이 5개월 이상인 경우다. 다만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7일인 대기 기간(실업신고일~실업급여 첫 지급일)을 최대 4주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에 대해 대기 기간을 길게 잡은 것은 일부 특고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대기 기간에는 소득 활동을 못하는 것은 물론 실업급여도 지급되지 않아 사실상 수입이 없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특고 종사자는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업급여 지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의 이직률은 연간 106%, 대리운전 기사의 경우 76% 수준으로 근로자 평균(31.7%)을 크게 웃돈다. 이대로라면 가뜩이나 사정이 좋지 않은 고용보험기금 상황은 더욱 악화돼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경영계에서 특고 종사자와 근로자 고용보험기금 계정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만약 특고 대상 고용보험 기금이 부족하다면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사회보험의 취지를 강조하며 경영계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회보험은 기여 대비 수혜 정도를 따지는 민간보험과 달리 연대에 기본정신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