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300을 돌파했지만 주변에 돈 벌었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물렸다”는 얘기가 더 많이 들린다. 작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유는 삼성전자의 부진과 급등주 추격 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동학개미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은 과감함이었다. 시장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앞뒤를 재지 않고 ‘매수버튼’부터 눌렀다. 그 결과 코스피지수가 두 배 오르는 급등장에서 고스란히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전략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급등주를 추격하다가 손실을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개인들이 순매수한 종목 상당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종목 10개 중 6개 하락

최근 한 달(5월 25일~6월 25일)간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10개 중 6개가 마이너스권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종목이 대부분 오른 것과 대조된다. 기관은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모두 상승했고, 외국인은 9개 올랐다.

이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삼성전자였다. 총 1조3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는 2.13% 올랐다. 하지만 다른 종목은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7.29%), 포스코(-1.68%), 신세계(-7.04%), 아모레퍼시픽(-12.03%)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조사 기간 오른 일부 종목도 수익을 냈다고 볼 수 없다. 개인들의 매수가 집중된 기간에는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순매수 2위인 카카오는 최근 한 달간 30.9% 올랐지만 개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23~25일(5899억원 순매수)에는 주가가 8.8% 떨어졌다. 사실상 개인들이 사들인 종목은 대부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급등주 좇다 물린 개미들

개미들이 많이 산 종목의 공통점은 주가가 단기간에 오른 급등주라는 것이다. 급등하는 종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에 나섰지만 상승세가 꺾이면서 손해를 봤다. 아모레퍼시픽은 연초 20만30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달 30만원을 넘어섰지만 최근 급락세로 돌아섰다. 카카오, 대한전선, 포스코, 신세계 등도 연초 시세를 크게 냈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시장과 반대 방향에 베팅한 점도 패착으로 이어졌다. 개인들의 순매수 종목 3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최근 한 달간 51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코스피 3300 시대 전략은?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3300 시대에는 투자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첫 발걸음은 유동성 장세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주 플랫폼·바이오주가 급락한 것은 가치 대비 주가가 빨리 올랐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는 실적 전망과 주가 수준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와 내년에도 실적이 늘어날 수 있는 종목을 주목하고 있다. 소비활동 정상화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호텔신라, CJ ENM과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자동차(기아, 현대위아)가 대표적이다. 2차전지 관련주인 삼성SDI, SK이노베이션SKC, LG전자, KCC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KTB투자증권은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을 선별하라는 조언을 내놨다. 코스피지수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르는 업종은 33%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업종으로 자동차, 미디어, 은행, 반도체, 정보기술(IT), 에너지를 꼽았다. 개별 종목으로는 현대위아, 기가레인, 실리콘웍스, 덕산테코피아를 추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