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와 스티브 잡스가 알려준 ‘단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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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말씀이 언제 끝나지?” 회의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상사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적인 만남에서도 대화 도중에 스마트폰 문자를 보는 체 하면서 슬쩍슬쩍 시간을 확인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도 그렇다. 회의나 대화에서 단순성이 필요한 이유다.
애플 컴퓨터의 광고 ‘사과’ 편(1977)을 보면 지면 중앙에 사과 하나가 놓여있다. 컴퓨터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다.” 사과 위쪽에 배치한 이 카피에 이어 사과 아래쪽에 바로 카피가 나온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2를 소개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했던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다(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라는 명언을 그대로 카피로 썼다. 애플 컴퓨터의 심플한 디자인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1976년에 컴퓨터 조립회사로 창업한 애플은 1977년에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2(Apple II)를 본격 출시했다. 제품을 알리는 첫 광고에서 많은 특성을 알리고 싶은 욕심을 절제하고 오로지 사과 한 알과 카피 두 줄만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한 것.
기술과 사양을 설명하는 카피도 없고 컴퓨터 사진도 없다. 요즘 광고라고 해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세련된 광고다. ‘사과’ 편이 1977년에 만들어졌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지 강조하고 싶어 이 아이디어를 승인했다고 한다. 광고에서 천명한 단순성이라는 키워드는 제품 디자인은 물론 회사의 운영 방식과 애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업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성은 복잡함을 과감히 극복하는 원리다. 예를 들어, 스크린과 스피커를 컴퓨터 안에 내장하고, 복잡한 케이블을 하나로 정리하고, 제품의 복잡한 모양도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단순성이다.
맥도날드 광고 ‘와이파이’ 편(2009)에서는 감자튀김으로 와이파이 모양을 만들어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음을 알렸다.
광고회사 DDB 시드니 지사의 광고 창작자들은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배제하고 단지 무료 와이파이만 강조했다.
광고에서는 색상의 대비가 가장 눈에 띤다. 빨간색 바탕에 맥도날드의 로고색인 노란색 감자튀김을 배치하니 감자튀김이 더 부각된다.
와이파이 부분의 크기와 로고의 대조도 분명하다. 대담하게 빨간색을 사용해 감자튀김의 노란색을 더 부각시켰다. 지면 오른쪽의 맥도날드 로고 밑에 “무료 와이파이를 애용하세요(love free wi-fi)”라는 카피가 있지만 비주얼 하나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감자튀김 조각이 차근차근 배치돼 노란색 아치가 그려지는데, 저절로 와이파이의 기호임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배치된 감자튀김은 디자인의 중심을 잡아주며, 모세가 돌에 십계명을 새겼듯이 광고 메시지를 우리 마음에 각인시키는데 기여했다.
이 광고는 눈길을 끈다. 단순성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에서 때로는 카피나 그림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력한 비주얼이 헤드라인이 될 수도 있고, 헤드라인이 비주얼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비주얼이나 헤드라인 한 줄이 새로운 진실과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데, 그 원천이 단순성이다. 하지만 단순성 자체만으로는 곤란하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단순성(Simplicity)이다. 단순성은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남기고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리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도 관련된다.
단순성은 경영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많은 직장인들은 보통 자신이 얼마나 바쁜지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바쁘다는 것이 생산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경영 활동에서 단순성을 추구하는 사람과 항상 바빠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도 고심 끝에 결정한 내용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단순성을 추구한다면 경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련미를 단순성으로 종합한 애플의 디자인처럼 스티브 잡스는 모든 연설에서도 단순성을 추구했다.
널리 알려진 스탠퍼드대학교의 졸업식 연설문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이 연설문의 특징을 애플의 디자인에 비유해 ‘기교 있는 미니멀리즘(artful minimalism)’으로 규정했다.
군더더기를 걷어내자. 더 많이 전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다 버리고 핵심만 단순 명쾌하게 전달하자. 단순성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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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만남에서도 대화 도중에 스마트폰 문자를 보는 체 하면서 슬쩍슬쩍 시간을 확인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도 그렇다. 회의나 대화에서 단순성이 필요한 이유다.
애플 컴퓨터의 광고 ‘사과’ 편(1977)을 보면 지면 중앙에 사과 하나가 놓여있다. 컴퓨터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다.” 사과 위쪽에 배치한 이 카피에 이어 사과 아래쪽에 바로 카피가 나온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2를 소개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했던 “단순성은 최고의 세련됨이다(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라는 명언을 그대로 카피로 썼다. 애플 컴퓨터의 심플한 디자인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1976년에 컴퓨터 조립회사로 창업한 애플은 1977년에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2(Apple II)를 본격 출시했다. 제품을 알리는 첫 광고에서 많은 특성을 알리고 싶은 욕심을 절제하고 오로지 사과 한 알과 카피 두 줄만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한 것.
기술과 사양을 설명하는 카피도 없고 컴퓨터 사진도 없다. 요즘 광고라고 해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세련된 광고다. ‘사과’ 편이 1977년에 만들어졌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지 강조하고 싶어 이 아이디어를 승인했다고 한다. 광고에서 천명한 단순성이라는 키워드는 제품 디자인은 물론 회사의 운영 방식과 애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업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성은 복잡함을 과감히 극복하는 원리다. 예를 들어, 스크린과 스피커를 컴퓨터 안에 내장하고, 복잡한 케이블을 하나로 정리하고, 제품의 복잡한 모양도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단순성이다.
맥도날드 광고 ‘와이파이’ 편(2009)에서는 감자튀김으로 와이파이 모양을 만들어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음을 알렸다.
광고회사 DDB 시드니 지사의 광고 창작자들은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배제하고 단지 무료 와이파이만 강조했다.
광고에서는 색상의 대비가 가장 눈에 띤다. 빨간색 바탕에 맥도날드의 로고색인 노란색 감자튀김을 배치하니 감자튀김이 더 부각된다.
와이파이 부분의 크기와 로고의 대조도 분명하다. 대담하게 빨간색을 사용해 감자튀김의 노란색을 더 부각시켰다. 지면 오른쪽의 맥도날드 로고 밑에 “무료 와이파이를 애용하세요(love free wi-fi)”라는 카피가 있지만 비주얼 하나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감자튀김 조각이 차근차근 배치돼 노란색 아치가 그려지는데, 저절로 와이파이의 기호임을 알 수 있다. 중앙에 배치된 감자튀김은 디자인의 중심을 잡아주며, 모세가 돌에 십계명을 새겼듯이 광고 메시지를 우리 마음에 각인시키는데 기여했다.
이 광고는 눈길을 끈다. 단순성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에서 때로는 카피나 그림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력한 비주얼이 헤드라인이 될 수도 있고, 헤드라인이 비주얼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비주얼이나 헤드라인 한 줄이 새로운 진실과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데, 그 원천이 단순성이다. 하지만 단순성 자체만으로는 곤란하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단순성(Simplicity)이다. 단순성은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남기고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리는 미니멀리즘(minimalism)과도 관련된다.
단순성은 경영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많은 직장인들은 보통 자신이 얼마나 바쁜지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바쁘다는 것이 생산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경영 활동에서 단순성을 추구하는 사람과 항상 바빠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도 고심 끝에 결정한 내용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단순성을 추구한다면 경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련미를 단순성으로 종합한 애플의 디자인처럼 스티브 잡스는 모든 연설에서도 단순성을 추구했다.
널리 알려진 스탠퍼드대학교의 졸업식 연설문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이 연설문의 특징을 애플의 디자인에 비유해 ‘기교 있는 미니멀리즘(artful minimalism)’으로 규정했다.
군더더기를 걷어내자. 더 많이 전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다 버리고 핵심만 단순 명쾌하게 전달하자. 단순성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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