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함에 따라 외국 기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기업과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간 이익배분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에는 SK브로드밴드 외에도 KT, LG유플러스가 ISP사업을 하고 있다. 각 OTT 업체가 망 사용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줄줄이 구독료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통신업계는 이번 판결로 글로벌 OTT 기업과 네트워크 망 사용료 재협상을 벌일 근거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간 국내 ISP에 망 이용 대가를 전혀 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작년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점유율(4.8%) 1위 OTT업체다. 반면 트래픽 점유율이 각각 1.8%, 1.4%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간 약 700억원, 30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이용 대가를 놓고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이 꾸준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젠 얘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ISP에 대해 갚아야 할 대가가 있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ISP가 네트워크 망 사용 계약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 새로 발을 들이는 업체엔 첫 계약 단계부터 망 사용료를 요구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국내에 진출할 예정인 디즈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서비스를 타진 중인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 HBO맥스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각 OTT 서비스가 가격을 줄줄이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내야 할 사용료 규모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대략적으로도 추산한 금액이 따로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 비교할 때 최소 수백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급증한 비용을 구독료로 충당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나라의 자사 서비스에도 전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국내 서비스만 요금을 상당폭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판결이 세계 각국 ISP가 콘텐츠기업(CP)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ISP와 CP가 트래픽 대가를 놓고 정면으로 법적 공방을 벌인 세계 최초 사례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한 주요 근거도 ‘전례가 없다’였다. 이젠 그 전례가 생긴 셈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통신사에 망 사용료 격으로 비용을 지급했다.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착신망 이용 대가를 컴캐스트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와는 이를 계약 명목상 명확히 망 사용료로 규정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