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336명 지원해 경쟁률 31.4대1…창설 40년 만에 내후년 완전 폐지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보니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대학 시험기간이었지만 윗몸일으키기와 푸시업(팔굽혀펴기)을 연습하며 준비했습니다.

꼭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이 4번째 시험입니다.

"
'마지막 의무경찰' 선발 시험이 치러진 2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체력검사를 마친 대학생 임재영(23)씨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을 보며 활짝 웃었다.

서울 130명 등 전국적으로 329명을 뽑는 이번 의경 선발 시험에는 총 1만336명이 지원해 31.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지역 마지막 시험은 이달 22일부터 18일 동안 진행된다.

이날은 오전·오후로 나뉘어 모두 114명이 적성검사·체력검사·신체검사를 받았다.

서울 시험이 종료되는 다음 달 15일이 되면 40년 동안 이어져 온 의경 선발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 비닐장갑 끼고 '깐깐한' 체력 측정…"공무원 시험보다 절박"
잔뜩 긴장한 얼굴로 기동본부 바깥에서 기다리던 응시자들은 손 소독과 코로나19 문진표 작성, 발열 체크 후 시험장에 들어갔다.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해 탈락한 사람은 이날 하루 16명. 체온이 높은 2명은 귀가 조치돼 며칠 뒤 다시 시험을 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378차 마지막 의경 모집 시험을 시작한다"는 감독관의 말에 이어 총 377문항의 적성검사가 시작됐다.

이어서 윗몸일으키기(1분에 20회), 제자리 멀리뛰기(160㎝ 이상), 팔굽혀펴기(1분에 20회) 측정도 진행됐다.

감독관은 손 깍지가 풀리거나 자세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경고 후 바로 탈락 조치를 한다고 영상을 보여주며 신신당부했다.

멀리뛰기의 경우 발이 출발선을 조금이라도 밟으면 경고 없이 바로 탈락이다.

의경 시험 정보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홈트'(홈 트레이닝)를 하며 준비했다는 응시자들도 여럿이었지만,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낀 채 측정하자니 실수도 나왔다.

팔굽혀펴기 자세 경고를 받고 결국 탈락한 한 응시자는 힘을 써서 시뻘개진 얼굴로 시험장을 떠나야 했다.

시험장을 바라보던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보다 더 절박해하는 것 같다"며 "충분히 멀리 뛸 수 있는데 출발선에 바짝 붙었다가 탈락하는 사례가 많다.

탈락하면 응시자가 직접 항의하거나 부모님이 경찰에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있다"고 했다.

몸에 문신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 선발 시험은 끝난다.

최종 합격자는 7월 20일 공개 추첨으로 결정되며 올해 10∼11월께 1천141기와 1천142기로 육군훈련소에 입영할 예정이다.

◇ 집회부터 해안경계까지…40년 동안 의경 49만명 복무
의경은 1983년 2월 첫 기수가 입영해 같은 해 3월 창설됐다.

지금까지 총 378회 치러진 모집 시험에는 212만여명이 지원했고 49만여명이 선발돼 복무했다.

그간 집회·시위 대응, 범죄 예방활동, 교통질서 유지, 지역 축제 지원, 112타격대 작전 등 치안 업무와 제주도·울릉도·가거도 등 해안 경계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방역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부조리 등으로 의경 복무 선호도가 높지 않던 1982∼2010년 평균 경쟁률은 1.3대1에 그쳤지만,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 대책'이 효과를 보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경쟁률이 평균 14.7대1로 대폭 높아졌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 방안'이 국정과제로 추진된 2018년부터는 선발 인원이 감축됐지만 선호도는 계속 높았고 지난해 10월 선발 시험 경쟁률은 역대 최고인 70.3대1을 기록했다.

경찰청은 2만5천여명이던 의경 인력을 2018년부터 해마다 20%씩 줄이고 있다.

올해까지 58개 부대, 4천100여명으로 축소하면 내년 말에는 7개 부대 1천여명만 남게 될 전망이다.

완전 폐지는 이번에 선발하는 의경이 모두 전역하는 2023년 6월이다.

경찰청은 "의경 감축과 폐지에 따라 이들의 임무는 증원 중인 경찰관기동대, 청사 방호 인력이 수행하는 것으로 대체된다"며 "의경 완전 폐지 전까지 인력 대체를 마무리해 치안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