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디아이
사진=비디아이
비디아이가 부도난 회사와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가 상대회사를 바꾸는 등 엉터리 공시를 하는 동안 주가가 급락했다. 소액주주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개미)들은 막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향후 연료전지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거래소의 제재가 예상되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디아이는 지난 8일 효성에너지와 2429억원 규모의 아산 연료전지 발전사업 도급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다가 이후 거래소로부터 계약상대방인 효성에너지의 부도설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이에 비디아이는 효성에너지의 당좌거래 정지로 인해 계약상대방을 '케이팜에너지'로 변경한다고 정정했다. 이는 효성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한 지 13일 만에 변경이며,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조치이다.

시장에서는 비디아이의 사업 검증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효성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부도설이 이미 주주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효성에너지가 타업체의 회사소개 등 홈페이지를 그대로 베낀 것은 물론, 세부적인 내용까지 똑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다른 업체는 효성에너지를 지목하며 계약금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 뒤 연락이 두절하는 등 금전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사칭업체를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홈페이지 팝업창을 올리기까지 했다.

비디아이 관계자는 "초기 소규모 사업자와 수주 계약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인해 조회공시를 받았다"며 "신규 사업자(케이팜에너지)로 변경해 아산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계약상대방인 케이팜에너지를 두고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400억원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사업 도급공사를 맡게된 케이팜에너지는 작년 7월29일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사내이사로 1994년생인 권모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감사로 같은 성은 가진 1964년생 권모씨가 등기돼 있다. 우선 주주들이 이 기업을 페이퍼컴퍼니로 의심하는 것은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홈페이지 등 소통창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 달전인 지난 4월 전기용 기계·장비 관련 도매업 등 9개의 사업목적이 갑자기 추가된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비디아이가 연료전지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주주들 사이에서는 현 경영진의 무능과 도덕적해이가 극에 달해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디아이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전환사채(CB) 발행결정 철회와 조회공시 요구로 2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됐던 비디아이는 전날 거래재개 직후 전 거래일 보다 735원(16.06%) 내린 3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신라젠 인수전에 고배를 마신 비디아이는 현재 CB 발행결정 철회 2건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으며, 벌점 8점을 부과 받은 상태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부과벌점이 5.0점 이상인 경우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번 계약상대방 변경은 벌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다아이의 계약상대방 정정의 경우 계약 자체가 변경된 것이 아니기에 벌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계약기간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계약 자체가 변경될 경우 그 시점에서 공시변경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디아이가 케이팜에너지와 맺은 계약기간은 2023년 6월30일까지다. 이 기간 내에 계약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 거래소가 공시정정 등의 이유로 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 만약 1년 내에 추가로 벌점 7점을 부과 받을 경우 상장폐지 위기까지도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