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방패' 구축?…주요 사건 수사팀장 교체 가능성 이달 내 단행될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는 검찰 조직의 판을 새로 짜는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정기인사가 소폭에 그친 데다 이달 초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새로 취임한 터라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투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박 장관은 21일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 전체 보직 중 거의 대부분에 대한 승진·전보인사가 될 것"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으로서는 지난 1월 말 취임한 뒤 만 5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초 정기인사에서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간부 4명, 고검 검사급 간부 18명만 전보했다.
별도의 승진 인사도 없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잦은 인사로 업무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이 침해됐다는 판단에 따라 첫 인사권을 소폭으로 행사했다.
하지만 이번 정기인사는 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취임 이후 반년 가까이 검찰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41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고, 박 장관의 참모진이던 이정수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검찰 내 최고참 기수인 사법연수원 23기 고검장들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윤석열 라인'인 한동훈 검사장도 일선에 복귀시키지 않고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보냈다.
이에 중간급 간부 인사도 진작부터 김 총장이 새로 취임한 직후여서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광폭 인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년 전 전임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취임한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 때도 '특수통' 검사들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역대급 물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중간급 간부 인사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직제개편까지 맞물려 인사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법 예고된 검찰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등 지방검찰청 8곳에 인권보호부가 신설되고, 일부 지방검찰청의 반부패수사부-강력범죄형사부, 공공수사부-외사범죄형사부가 각각 통폐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박 장관 임기 내 사실상 마지막 검찰 인사로 인사권을 최대치로 행사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검찰 정기인사는 2월에 이뤄지는데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이라 박 장관이 추가 인사를 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번 인사로 구축되는 검찰 진용은 내년 대선 정국까지 관리하는 만큼 정권 입장에서 확실한 '내 편'들을 주요 보직에 대거 앉힐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 판이 커지는 만큼 주요 권력사건 수사팀장(부장검사)들의 자리이동 가능성도 커졌다.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담당해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등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말 인사 때 지금 보직을 맡아 검사 인사 규정상의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채우진 못했다.
다만 규정상 기구 개편이나 직제, 정원의 변경이 있는 경우엔 필수 보직 기간과 관계없이 전보 인사가 가능하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의 이동도 관심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으로 수사를 이끌었던 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해 1월 인사 때 대구지검으로, 당시 반부패수사2부 부부장이었던 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특수통 검사들의 복귀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일요일인 20일 오후 서울고검에서 만나 검찰 직제개편과 중간 간부 인사 방안을 협의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분열한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차원에서 내부 여론을 반영한 인사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