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외국인 자금을 18조~62조원 유입시킬 수 있는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수 편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올해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됨에 따라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은 2024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한국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논의된 것은 2004년부터다. 선진국지수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오른 것은 2008~2014년이다. 이달 MSCI 정례회의에서 한국은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내년에 관찰대상국에 오르더라도 실제 편입은 빨라야 2024년이다.

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관련 기관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다. 금융위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측과 연락을 취하고 협상을 대표하는 역할, 기재부는 MSCI 요구 사항인 역외 원화 거래 시장 등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과거 세 기관은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실무협의를 해왔다.

당국은 MSCI 측과 공식적인 협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MSCI 측과 공식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상황변화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지수 편입에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7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MSCI 측과 편입 문제를 논의한 이후 공개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지수 편입 요구가 커지자 뒤늦게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자료를 모으는 것 자체가 그동안 지수 편입을 손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공개적인 논의조차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관부처가 여러 개인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도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편입을 타진하던 2016년 한국 대표단은 홍콩 MSCI사무소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미 여러 번 지수 편입이 불발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공개전략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수 편입 협상에서 한국 측 패를 공개적으로 내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MSCI 측과 협상을 손놓은 것은 아니지만 공식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MSCI의 역외 원화 거래 시장 개설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환율 급변동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