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기인 만큼 즐거웠으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죠." (김정식 PD)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국내 구독자들에게는 반가움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뉴트로' 감성을 안겼다.
작품 연출을 맡은 권익준, 김정식 PD는 21일 화상 인터뷰에서 "정말 오랜만에 시트콤을 만드는 거라 부담은 많이 됐지만 우리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다.
권 PD는 과거 '남자 셋 여자 셋'과 '논스톱' 시리즈를, 김 PD는 '하이킥' 시리즈를 연출한 '시트콤 명장'들이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오늘도 정답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아낸 청춘 시트콤으로 박세완, 신현승, 갓세븐 영재, (여자)아이들 민니, 한현민, 요아킴, 카슨, 테리스 브라운 등이 출연한다.
권 PD는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데 대해 "아직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이라는 이슈가 일반화되진 않았는데 이걸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 많이 나가니 우리만 좋아한다고 될 건 아닌 것 같고 글로벌한 이슈에 관심을 둬야 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해외 근무를 하다가 2017년 귀국해 보니 길거리에 외국인이 정말 많이 보였고, 한국 문화가 좋아서 즐기러 온 분들도 많더라고요.
한편으로는 '7포 세대',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젊은이들은 굉장히 힘들어했죠. 외국인들은 한국이 재밌다고 찾아오고, 한국인은 한국이 힘들어서 떠나려 하는 게 아이러니했죠. 저희는 현실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다룰 생각은 없었고, 대안도 제시할 수 없으니 시트콤으로서 짧은 휴식을 주는 데 집중했어요.
'밑도 끝도 없는 느낌'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웃음)"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외국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도 큰일이었다고 김 PD는 털어놨다.
"외국인들이 자국어로 말하는 게 아니라 한국말을 해야 해서, 20대 초반의 한국어 연기를 할 수 있는 외국인 배우를 찾는 게 좀 힘들었어요.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만났죠. (웃음) 결과적으로 작품과 맞는 사람을 잘 캐스팅한 것 같아요.
현민 씨가 한국적인 랩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넷플릭스를 세계에서 보니까 음식이나 문화 등 한국 고유의 것들이 좀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넣었죠."
권 PD는 또 최근 글로벌향(向) 콘텐츠가 늘면서 성, 인종 차별 등에 대한 수용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져 제작할 때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고민을 하고 다양성이란 것을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작품에서는 국제 기숙사에 모인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그리며 편견과 차별이 없는 판타지 세상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시트콤의 성공 요인으로는 '캐릭터'를 꼽으며 "캐릭터가 좋아야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볼 수 있다"며 드라마는 드라마틱해야 하고, 영화는 시네마틱해야 하고, 시트콤은 시트콤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정말 시트콤스럽다"고 자신했다.
제작진은 '작품은 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이 두렵지는 않으냐는 물음에는 시트콤 대가들답게 유쾌하게 답했다.
"'망했다'는 제목을 쓰면 진짜 망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이거구나' 싶어서 맘에 들었어요.
확 와닿잖아요.
오히려 '지구망'이라는 제목을 일상에서도 많은 분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