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못올리고 공급과잉 우려
간신히 버티는 항공업계 비상

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유가가 오른 것 이상으로 제품가를 올려 마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유가가 올랐는데, 정유사는 마진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올초와 비슷한 배럴당 1~2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 손익분기점(BEP)인 5~6달러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유가 상승이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공급 제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항공유, 휘발유의 수요가 늘어야 마진을 높일 수 있는데, 아직은 수요가 강하지 않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유가 상승이 부담이다. 원료인 나프타값이 확 뛰어서다. 나프타가 오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화제품 가격도 연동해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에틸렌 가격은 t당 835달러로 전주 대비 9.7% 하락했다. 그 전주의 마이너스 7%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프로필렌도 2.1% 하락한 950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에선 올 하반기 에틸렌, 프로필렌 설비 증설이 많다. 연내 중국의 에틸렌 증설 규모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17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량 추산치 약 820만t을 크게 웃돈다. 프로필렌도 약 810만t 늘어 수요 증가 650만t을 약 160만t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의 에틸렌, 프로필렌 설비가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데 유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연 3000만달러(약 340억원)의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