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방문한 '쿠팡이츠 라이더' 출신 고용장관
"장관님, 플랫폼 노동시장 관련 보고 드리겠습니다. 혹시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통해서 음식을 주문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음식 주문요? 배달라이더도 해봤습니다."
"헉! 정말이세요?"

지난달 7일 취임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실·국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있었던 한 장면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 고용안전망 확대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함께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안전망 확대 사업, 그 중심에는 플랫폼 노동시장이 있다. 정부 목표대로 2025년 자영업자까지 아우르는 고용안전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약 179만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에 가까운 탓에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 정부가 당초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14개 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고용보험 적용을 공언해놓고도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기사에 대해서는 그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룬 이유다.

그렇게 지지부진하던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 등 관련 정책과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놀랍게도' 직접 음식배달 라이더 일을 경험해본 안 장관의 취임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장관은 장관 취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는 중에 도보로 출퇴근하면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고용부 재직 시에도 간담회나 서류 보고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유명했다.

그런 안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 '배민 라이더스 센터'를 방문했다. 배달의민족 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업 배달기사 뿐만 아니라 부업으로 일하는 '배민 커넥터' 모두에게 100% 산재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는 업체다. 또 배민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모든 배달 종사자의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도 조성해놓고 있다. 안 장관이 취임 후 플랫폼기업 첫 방문지로 '배민 라이더스 센터'를 선택한 것은 업계를 향한 모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박화진 고용부 차관도 지난달 17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3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 필요성을 확인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경사노위는 지난 17일 '플랫폼산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사회적 공론화에 돌입했다. 위원회 활동 기간은 1년,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방안, 플랫폼 산업 규제 개선 방안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안은 연내 입법을 기대하고 있다"며 "입법과 별개로 경사노위 논의를 통해 도출된 내용은 추후 반영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