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사진)이 ‘2021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펠로십 부문상을 수상했다. 감염병 수리모델링 분야 전문가인 이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효과 등을 수학적으로 예측해 방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출연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5일 집단지성을 활용해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웹사이트 ‘풀림(PLIM)’을 개설했다. ‘산업수학을 위한 플랫폼’이란 뜻의 이 사이트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의뢰한 문제에 대해 수학적 해결방안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수리연은 첫 번째 산업 문제로 부산도시가스가 의뢰한 ‘도시가스 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한 세대별 미래 사용량 예측’을 제시했다. 수학 전공자뿐 아니라 기업인, 학생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정순영 수리연 소장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의 기초인 수학을 이용하면 산업 난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나온다”며 “완성도 높은 해결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수리연은 2018년 산업수학, 2019년 의료수학 전담 연구본부를 설립하고 기업 연구소 등이 의뢰한 각종 문제 해결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환기시스템 고장 예측이 대표적이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부산 지역 4개 병원과 손잡고 수학 기반 인공지능(AI) 의료기술을 개발한다.수리연은 부산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등 4개 병원과 ‘첨단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날 고신대병원을 시작으로 오는 5~15일 나머지 병원과 협약을 맺기로 했다.협력 분야는 기계학습(머신러닝), 수학적 모델링 기반 질병 예측 및 진단기술이다. 병원은 의료영상 등 환자 데이터를 제공하고 수리연은 이를 토대로 각종 AI 진단 알고리즘 등을 만들어 병원 측에 제공한다. AI 알고리즘은 주로 선형대수(행렬·벡터), 편미분방정식 등 수학적 기법으로 설계하며 이에 따라 고성능 또는 저성능으로 나뉜다.수리연은 여러 병원 기업 등이 의뢰한 다양한 의료 AI 기술을 연구해왔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기계학습을 이용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보정 연구, 2차원 심장초음파 영상을 이용한 3차원 좌심실 경계 복원 연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신종플루와 뎅기열 같은 감염병의 전파 경로를 연구하는 토종 박사 출신 여성 수학자가 일본 의대 교수에 임용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수리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효정 씨가 16일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된다.이 교수가 교수에 임용된 건 지난해 2월 UN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일본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지 1년만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1986년생인 이 교수는 대구 경북대 통계학과를 다니면서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했다. 수학에 흥미를 붙이면서 실생활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다가 2011년 확률 모델과 생물학을 접목한 생물수학 분야의 전문가인 이창형 UNIST 교수를 만났다. 때마침 스승인 이창형 교수도 2009년 국내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는 현상을 보면서 수학을 활용해 전염병을 막을 방안을 찾고 있었다.이 교수는 신종플루 확산과 항바이러스 백신 접종 방식, 방역 정책이 시기별로 적중했는지를 수학적 모델로 개발했다. 지난 2014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뎅기열 모기와 기후변화와의 관계를 수학 모델로 정리한 연구는 마무리 단계다. 농림축산검역본부, KT 등과 공동으로 차량 이동 상황에 따라 구제역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이 교수는 박사 논문을 마무리 중이던 2016년 한국여성수리과학회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열린 여름학교에서 히로시 니시우라 홋카이도대 위생학과 교수를 만나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말라리아와 메르스, 지카 등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의학뿐 아니라 수학과 컴퓨터공학, 의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전공이 한 연구실에서 함께 방법을 찾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수학은 단지 병이 확산된 뒤 결과를 보는 수단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확산을 저지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다시 확산하던 흑사병을 차단한 것도 수학 모델을 활용한 방역 정책 덕분”이라며 “수학자와 보건 정책 당국자, 방역 전문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종식 선언이 나온 이후에도 재발하는 원인을 찾는 수학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박근태 기자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