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파직에 귀양 갔어야" 주장하자 당시 함장, 모욕·명예훼손으로 교사 고소
합조단 "피격때 천안함 정상적 임무수행중"…군검찰, 경계실패 해군 지휘부 책임 지적
함장의 어뢰회피기동 의무 미이행 논란…군검찰은 '혐의있음' 판단·함장은 "의무 없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을 상대로 욕설과 막말을 섞어가며 '천안함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다.

서울 휘문고 교사 A씨는 지난 11일 SNS에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을 갔어야 할 함장이란 XX"라며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면 당시 천안함 내 최고 지휘자였던 최 전 함장이 전투 패배 또는 경계 실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최 전 함장이 이미 군검찰의 수사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A씨는 글을 삭제하고 2차례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최 전 함장이 14일 오전 A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여론은 크게 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군이 이미 천안함 군인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는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

욕 빼고는 다 맞는 말"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에 연합뉴스는 당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했던 민·군합동조사단의 합동조사결과보고서와 군검찰의 천안함 피격 사건 수사결과보고서 등을 토대로 당시 해군 지휘부의 작전지시 상황과 천안함의 임무수행 과정을 살펴 경계실패 책임 소재를 따져봤다.

◇ 최 함장이 잠수함 경계임무 소홀?…합조단 "당시 천안함, 정상적으로 임무 수행중"
최 전 함장이 전투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북한 잠수함에 대한 천안함 자체의 경계 소홀로 어뢰에 피격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조사로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민·군이 합동으로 나선 조사결과에 따르면 피격 당시 최 전 함장이 지휘권을 가졌던 천안함은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대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3월16일 평택항에서 출항해 백령도 서방 경비구역에 배치된 천안함은 같은 달 25일 풍랑주의보로 대청도 인근으로 대피했다가, 피격 당일인 26일 오전 6시경 기상호전으로 본래 경비구역으로 복귀했다.

경비구역에 도착해 정상적인 작전임무를 시작한 천안함은 당일 밤 10시경 정해진 근무 로테이션에 따라 승조인원 104명 중 29명이 당직근무를 서고, 나머지 인원은 휴식 및 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에 대해 천안함 피격사건을 조사한 '민·군합동조사단'도 합동조사결과보고서에서 "천안함의 당시 상황은 21시22분경 근무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으로 임무수행 중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적어도 최 함장의 권한인 함대 내 경계근무 배치와 관련해서는 형사처벌 내지 징계를 받을만한 잘못이 없었다는 의미다.

당시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군 함정의 작전은 해군 지휘부의 지휘관 회의에서 결정되고 각 함정의 함장에게 지시가 내려지는 구조"라며 "당시 최 전 함장은 상관으로부터 지시받은 대로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 군검찰, 경계실패 관련 해군 지휘부 책임 지적…군 사기 문제로 전부 '기소유예'
당시 군검찰은 오히려 경계실패 책임이 해군작전사령관 등 해군 지휘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지휘부의 안이한 판단으로 천안함이 작전임무를 하고 있던 백령도 서방 경계구역에 잠수함을 탐지하는 초계함이 없었기에 잠수함 경계임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봤다.

군검찰은 2010년 11월 수사결과보고서에서 "백령도 서방 경계구역은 북한 잠수함의 최단거리 주요 침투로이므로 초계함에 의한 대잠경계가 반드시 필요한 구역임에도 2함대사령관은 경비를 담당하고 있던 경비함을 백령도 서남방의 좁은 음영구역에서만 기동하도록 배치해 초계함에 의한 백령도 서방 경계구역에 대한 평시 대잠경계작전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최 전 함장의 당시 상관이었던 2함대사령관이 천안함의 임무지역에 잠수함을 경계하는 초계함을 투입·운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해군 지휘부가 북한 잠수함의 출항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도 천안함 등에 즉시 전파하지 않았다는 것이 군검찰의 판단이었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천안함이 피격되기 이틀 전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피격 2∼3일 후 기지로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해군 지휘부가 북한 잠수함의 기지이탈 정보를 탐지하고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수사결과보고서에서 "2010년 3월 24일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1척이 미식별됐다는 내용의 정보가 2함대사령부에 전송됐음에도 2010년 3월 26일경에야 비로소 작전 중인 해군 각 경비정에게 북한 잠수정의 미식별 정보를 전파해 전투준비를 소홀하게 했다"고 밝혔다.

2010년 3월26일은 천안함 피격 당일이다.

군검찰은 또 해군작전사령관이 백령도 서방 경계구역 부근에서 임무수행 중인 함정들과 잠수함을 귀진(진지로 돌아옴)시킨 결과 북한 잠수함에 대한 탐지능력이 약화했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군검찰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상태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의 본질과 군의 사기와 단결, 향후 작전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당시 해군작전사령관과 2함대사령관을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있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결정)로 불기소처분했다.

천안함생존자전우회 안종민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 잠수함의 공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해군 지휘부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고, 천안함에 관련 첩보를 전파하지도 않았다"며 "결국 천안함 사건은 천안함의 경계실패 때문이 아니라 해군 지휘부의 작전실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 피격 직후 최 함장 혼자 탈출?…가장 늦게 이함, 새벽까지 수색작업
최 전 함장에게는 천안함 피격 직후 혼자서 탈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 7일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최원일 전 함장은 부하들을 수장시키고 혼자 도망쳐나왔다"고 주장했다가 최 전 함장으로부터 모욕혐의 등으로 고소된 바 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보고서에는 피격 직후 최 전 함장의 행적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그가 혼자서 천안함을 탈출했다는 의혹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최 전 함장은 피격 충격으로 한동안 함장실에 갇혀 있다가 승조원이 내려준 소화호스를 허리에 묶고 갑판으로 탈출했다.

이후 부함장에게 함정 내부에 갇힌 승조원 구출을 지시하고, 작전관에게 인원을 파악하고 구조함 접근 시 함정에서 내릴 수 있는 곳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또 생존자 파악을 마친 후에는 해경 고속단정(RIB)에 생존 장병이 옮겨 타도록 한 뒤 부함장, 통신장과 함께 가장 늦게 RIB에 탑승했다.

RIB에 탑승한 뒤로는 2010년 3월27일 새벽 4시 35분까지 천안함 침몰 지역 부근을 수색했고, 해군 초계함으로 옮겨 타 같은 날 오후 2시경 평택항으로 상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 전 함장이 혼자 탈출을 했다면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을 것"이라며 "최 전 함장이 혼자 탈출했다는 의혹은 완전히 날조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 군검찰 "최 전 함장, 어뢰회피기동 의무 소홀"…당시 함장 "별도의 경계태세강화 지시 없었다"
다만 최 전 함장이 어뢰공격에 대비해 천안함의 전투준비를 충분히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당시 군검찰은 최 전 함장에게 경계실패 책임을 묻지 않은 대신 전투 준비를 소홀히 한 혐의를 적용했다.

통상 적군의 잠수함이 기동할 수 있는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경비함정은 어뢰 공격에 대비해 항해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지그재그 및 대각도로 변침하면서 운항(어뢰회피기동 또는 속도유지 의무)을 해야 하는데 피격 당시 천안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검찰은 수사결과보고서에서 "천안함장은 피격 당일 6시43분경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기지에서 미식별됐다는 정보를 받고도 대잠경계작전의 적정속도 유지에 소홀했다"며 최 함장에 전투준비 태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군형법 35조 1항은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게을리한 사람'을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군검찰은 다만 앞서 해군작전사령관, 2함대사령관과 마찬가지로 최 함장에 대해서도 군 사기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군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 전 함장의 전투준비 태만 혐의가 실제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결국 사법적 판단을 받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이다.

법원 판단 없이 사건이 종결된 탓에 실제 최 전 함장에게 전투준비 태만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두고 당시 수사 당국과 최 전 함장 측의 주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핵심은 당시 해군 지휘부가 천안함 등이 임무수행 중인 백령도 인근 해상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는지 여부다.

군검찰은 사고 당일 아침 6시 북한 잠수정 미식별 정보가 천안함에 전파됐고 따라서 당연히 경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간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최 전 함장 측은 북한 잠수함 미식별 정보 전파와 별도로 경계태세 강화 지시는 없었기에 어뢰회피기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정보사령부가 각 함장에게 속도유지의무에 대한 경고를 수차례 내린 정황을 확인했고 최 전 함장도 마찬가지로 경고를 받았는데도 어뢰회피기동을 안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평시작전'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그랬다면(입증됐다면) 최 전 함장에게 혐의를 인정하는 '기소유예'가 아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전 함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 잠수정 미식별 정보가 전파됐다고 해서 곧바로 경계태세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해군 지휘부에서 별도의 지시를 내려야 한다"며 "사고 당일 아침 6시 북한 잠수정 미식별 정보가 전파됐지만 별도의 경계태세 강화 지시가 없어 평시작전 상태가 유지됐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측 주장 중 어느 쪽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북한 잠수정 미식별 정보가 각 함정에 전파되면 곧바로 경계태세가 강화돼 어뢰회피기동 의무가 발생하는지, 아니면 해군 지휘부가 별도의 경계태세 강화를 각 함정에 지시해야 회피기동 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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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