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대상 중 탈락기업 52곳 달해…양정숙·변재일 의원 "감사원 감사해야"
"과기부, 공고마감된 사업에 신설지침 적용…중소기업 99곳피해"
정부가 뒤늦게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을 공고가 마감된 정부 지원 사업에 소급 적용해 선정대상 중소기업 수십 곳이 탈락하는 등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무소속)·변재일(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과기부는 올해 3월 31일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을 올해 초 사업공고와 신청접수가 마감된 사업에 소급적용했다.

과기부는 작년 말부터 정부 지원사업과 연구과제에만 의존하며 연명하는 일명 '좀비기업'을 퇴출하기 위해 자본잠식에 해당한 기업은 정부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기금사업 관리지침' 제정에 착수했다.

새로 제정된 기금사업 관리지침이 적용되는 과기부 지원사업은 총 71개다.

이 중 15개 사업은 지침이 제정되기 전인 올해 1월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전담기관을 통해 사업이 착수돼 사업공고와 신청접수가 마무리되고 선정평가를 앞둔 상태였다.

과기부의 지침 소급적용으로 중소기업 99곳이 제재를 받았고, 95곳이 지원사업에서 최종 탈락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신청한 37개사는 제안서를 제출하고도 평가 자체를 받지 못한 채 서류접수 단계에서 탈락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지원한 62개사는 평가는 받을 수 있었지만 참여 비율만큼 감점 처리되면서 최종 4개사만 선정됐고 58개는 탈락했다.

특히 15개 기업은 선정 대상이었으나 감점 처리로 순위가 뒤바뀌거나 합격점 점수 이하로 밀려나 과제에서 탈락했다.

의원실 조사 결과 과기부와 전담 기관들은 사업을 공고하는 단계에서 제정 중인 지침을 적용할 것이라는 예고를 하지 않았고, 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제재내용이 새로 추가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피해 중소기업은 해당 전담기관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지침의 부칙에 상충한 두 개의 조항이 포함되면서, 전담 기관마다 제재조항을 제각각 해석했기 때문이다.

'기금사업 협약체결 및 사업비 관리 등에 관한 지침' 부칙에 따르면 "1월 1일 이후 체결된 협약부터 적용한다"(제3조)고 명시한 동시에, "제3조에도 불구하고 이 지침 시행 전에 체결된 협약은 협약 체결 당시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변재일 의원은 "소급이 법에 적용되는 것은 소급의 공익이 월등히 큰 5.18 법 등에서나 논의됐던 것인데,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는 평가 배제항목의 소급을 부칙에서 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기금사업의 기준이 전담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제재가 이루어진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성을 무너트린 나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정숙 의원은 "뒤늦게 제정된 지침을 사전준비와 원칙도 없이 무리하게 소급 적용하면서 가뜩이나 경제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희망을 뺏고 고통만 가중한 전형적인 무능 행정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변의원과 양의원은 지침 제정 및 적용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국회 차원에서 요청할 계획이라며,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